3년전 고교축구대회가 열린 효창운동장에서 있었던 일이다.경기종료 휘슬과 함께 10여명의 학부모가 『잡아라』하는 고함과 함께 관중석에서 뛰어 내려왔고 주심은 이미 예상한 듯 체면이고 뭐고 없이 뒤 한번 돌아 보지 않고 줄행랑쳤다.
잠시후 심판실 문을 부수고 들어간 학부모들은 옷장 뒤의 주심을 끌어내 둘러쌌으며 이내 한 40대 여자가 『내 아들 책임져라』며 따귀를 올려 붙이는 못 볼 장면이 연출됐다.
이 경기만 이기면 아들에게 대입 특기생 자격이 주어지는데 엉터리 판정때문에 대학에 못 가게 됐으니 책임지라는 것이었다.
흔한 떼쓰기 일 수도 있었지만 이 보다도 심판의 당당치 못한 태도가 오랫동안 쓴 맛을 남겼다.
요즘 농구장, 배구장이고 할 것 없이 인기종목의 경기장에서는 판정시비가 그치지 않는다. 감독들은 「물증은 없지만 심증이 가는」 고의성 오심이 잦다고 주장한다.
지난 20일 여자 농구경기에서는 패배가 확정된 국민은행이 판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10여초 남은 경기를 포기, 몰수패 당한 불상사가 있었다.
시비때마다 금품수수설이 나도는가 하면 「외국서 심판을 수입해야 한다」 「돈 없는 나라에서 심판이 오면 더 쉽게 매수될테니 소용없다」는 등의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시비에 자주 휘말리고, 특정팀의 「총대」라고 눈총받는 심판들은 아무 일 없이 다음 경기에 또 배정돼 휘슬을 불어댄다.
심판배정은 로비를 막기위해 경기 당일에 실시되는 것이 원칙이나 며칠전부터 소문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가 하면 피해를 본 감독들이 심판의 비리를 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못하는 것은 그들 자신도 깨끗하지 못한 거래(?)의 전과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아직 세상의 변화를 모르는 곳이 경기장 주변인 것 같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판정에 울고 웃는 관중의 대부분이 10대 중·고생이라는 것이다. 불신의 코트에서 이들이 오염되지 않을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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