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베이 바닷가 타지마할국제호텔의 인도문 앞에서 아라비아해를 바라보고 섰노라니 문득 시성 타고르의 시 한 구절이 생각났다. 「세계의 끝 바닷가에 아이들이 뛰놀고 있습니다…」 학생 때 읽었던 시의 한 구절인데 지금 바닷가에는 인도인은 물론이요 온갖 장사꾼들, 동냥하는 아이들, 서양인, 동양인 할 것 없이 코브라를 춤추게 하는 피리부는 사람과 함께 뒤범벅이 되어 뛰놀고 있었다.거기에 나는 별안간 서 있었던 것이다.
인도 하면, 어렸을 때부터 가 볼 수 없는 먼 나라, 꿈도 꾸어 볼 수 없는 아주 멀리 있는 나라로 여겼었다. 어쩌다 세계지도를 볼 때도 인도양 위에 있는 인도대륙의 꼬리부분이 잠깐 스쳐갈 뿐 인도는 멀리 멀리만 있는 나라였다. 인도에 대한 상식이라야 시성 타고르, 비폭력주의 독립운동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의 나라가 고작이었다. 또 우리가 6·25를 겪고 있었을 때는 네루가 총리로 재임하고 있었으며 수백년간 영국식민지였고 영국인들은 셰익스피어를 인도와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던가….
연극적으로는 중국의 경극, 일본의 노(능)·가부키(가무기)와 함께 세계연극의 3대형식 카타카리가 있는 나라. 이런 단편적 상식 이외에는 멀기만 한 나라였다. 그런데 그런 인도땅 봄베이에 금년 정월 초하룻날 친구 5명과 함께 뚝 떨어지게 된 것이다. 8박9일간의 주마간산식 남인도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힌두교의 나라, 시바신의 나라, 코코넛의 나라, 카레의 나라, 코끼리의 나라, 소의 나라, 릭샤(오토바이를 개조한 3륜승용차)의 나라, 미남미녀의 나라, 화장지를 거의 안 쓰는 나라, 남자도 치마를 입는 나라, 카타카리의 나라….
코끼리 발톱 근처나 다녀왔을까? 허나 나는 앞으로 인도를 몹시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강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삶의 총체적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바라나시아도 가보고 싶고 델리, 캘커타도 가보고 싶다. 올 여름엔 필히 북부를 여행하련다. 그때는 기행문도 쓸지 모르겠다.<권성덕연극배우>권성덕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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