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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세계 최대 「해적 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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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세계 최대 「해적 소굴」

입력
1996.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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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범죄 조직 로켓포까지 갖추고 활개… 비해군과 교전도/최근 홍콩 앞바다까지 출몰… 당국,자체무장 권고 등 “골치”남중국해에 해적이 날뛰어 바닷길이 어지럽다.

필리핀 루손섬 북서 해역은 22일 새벽 필리핀해군과 정체불명의 선박간에 벌어진 90분간의 전투로 시끄러웠다. 처음 중국 선박으로 알려져 필리핀과 중국이 인근 남사(난사) 군도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충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던 이 배는 확인 결과 해적선인 것으로 파악됐다.

루손섬과 홍콩, 중국 남서부 해남(하이난)섬을 삼각꼴로 잇는 남중국해 동부 해역은 지구의 여러 바다 중에서도 해적이 가장 들끓는 곳이다. 국제해운국(IMB) 보고서에 따르면 93년 전세계에서 접수된 해적 피해 103건 중 81건이 아시아에서 발생했으며 그 중 남중국해 동부 해역에서 발생한 것이 68건으로 가장 많았다. 필리핀 해군은 22일의 충돌 외에도 이달 들어 루손섬 북방에서 해적선을 추격한 일이 두 번 더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시아에서 해적들이 노리는 첫번째 길목은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사이의 말라카 해협이었다. 하루 평균 600척 이상의 대형 선박이 지나는 해상 교통의 요로인 탓이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경계가 심해지자 해적들은 좀 더 동쪽인 홍콩―해남섬―루손섬 해역으로 주무대를 옮겼다. 해적들의 이러한 이동은 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홍콩 근해의 경계가 느슨해진데다 경제개방으로 해남섬 주변에 조직범죄가 창궐, 이들 세력이 국제화하면서 바다를 넘보게 된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IMB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해적 피해는 93년 103건을 고비로 94년 90건으로 줄어들었다. 그동안 가장 피해가 컸던 남중국해 동부 해역에서도 그 숫자는 68건에서 38건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건당 피해 규모는 갑절 가량씩 증가, 해적들의 노략질 실력이 오히려 전보다 더 나아졌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해적들은 전에는 얼씬조차 못했던 홍콩의 바로 앞 바다까지 출몰하고 있다. 홍콩과 마카오를 잇는 해역에서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관광선이 납치되거나 화물선이 털리는 일이 발생하는데 지난해 2월에는 한국 화물선이 당하기도 했다. 해적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홍콩 정청은 우범해역을 지날 때는 전속력을 낼 것과 자체적으로 무장, 해적의 공격에 대비하라는 지침을 발표하기까지 했다.

주변 각국은 해적 소탕을 위해 상호 협조 체제 강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해적들도 이에 대응해 쾌속선에 로켓포까지 갖추고 활개를 치고 있다. 남중국해가 안전지대가 되려면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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