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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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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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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경기로 극심한 자금난에 고전하고 있는 건설업체들을 괴롭히는 가공스런 공포가 있다. 악성루머도산이다. ◆『○○업체가 요즈음 어렵다. 곧 부도가 날 것 같다』는 루머가 일단 자금시장에 퍼지게 되면 자금의 흐름이 끊겨 흑자기업인데도 쓰러지기 쉽다. 금융권이 신규대출은커녕 기존 대출금이 만기되면 즉각 회수에 나서고 사채시장에서도 외면당하기 때문이다. 악성루머가 바로 자금의 혈관을 막는 콜레스테롤이다. ◆새해 정초부터 건설업계 뿐 아니라 사회에 충격을 준 우성건설의 부도에도 이 악성루머가 적지않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증권시장에 부상했던 부도설이 우성의 자금을 목조르기 시작했고 그 이후에도 내내 간헐적으로 법정관리설, 심지어 오너 도피설까지 나오면서 우성의 신뢰성이 침식돼 왔던 것이다. ◆또한 지반굴착과 천공분야에 독보적 기술을 갖고 있다는 삼보지질의 부도도 과민한 금융기관의 조속한 자금회수에서 빚어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루머는 건설업계만을 해치지 않는다. 상호신용같은 자금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서민금융기관도 피해를 보기 쉽다. 얼마전 목포의 모 상호신용금고가 음해자가 고의적으로 유포한 부도설 때문에 예금자들이 인출소동을 벌여 시장까지 진화에 나서 겨우 수습한 일이 있다. ◆불황이 심화될수록 루머는 기승을 부리고 위력은 커지게 된다. 기업들은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황속을 지뢰밭 지나듯 긴장과 불안으로 헤쳐가고 있다. 기업이 루머 그것도 악성루머로 침몰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다. 증권감독원은 증시의 루머사찰에 나섰다. 단속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윤리의 회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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