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전총리가 마침내 신한국당에 입당하자 야당들은 일제히 그를 비난하고 있다. 94년 4월 김영삼대통령과의 마찰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그는 계속 김대통령을 비판해 왔고, 입당 십여일전까지 정치 참여를 부인했는데,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꿔 여당에 들어갔느냐는 것이 그를 공격하는 이유다.그러나 나는 그가 정치를 한다면 야당이 아니라 여당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야권에도 존경하고 뜻을 같이 할만한 분들이 있지만, 문민정부 출범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이 정권의 개혁이 성공하도록 동참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했다』 고 밝혔는데, 나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원칙없는 영입경쟁에 혈안이 된 정당들과 이해득실에 따라 이당 저당 옮겨 다니는 정치인들로 난장판이 된 오늘의 정치풍토에서 그의 선택은 최소한의 질서를 지킨 것이다. 어떤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사람이 정권도 바뀌기 전에 야당으로 가서 자기가 몸담았던 정부를 공격하는 것을 납득하기는 어렵다. 그 정부나 대통령이 큰 잘못을 저질러 「타도 대상」이 된 경우가 아니라면, 비판은 하되 그 정부의 일원이었다는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한나라의 각료가 된다는 것은 그 정부에 동참한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회창씨의 신한국당 입당에 대해서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김영삼정부 출범후 감사원장으로 10개월, 총리로 4개월 일했다. 그의 인기가 치솟아 일종의 「이회창 현상」이 형성된 것은 그 짧은 기간에 그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대쪽같은 이미지를 남겨 국민이 큰 기대를 품게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대통령도 법아래 있다』는 소신을 양보하지 않고 대통령의 통치스타일을 비판할 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동감하곤 했다. 이제 여당에 들어간 그는 국민의 기대가 환상이 아니었음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김영삼대통령은 자신이 왜 이회창씨를 중용했고, 왜 그와 불편하게 헤어졌고, 왜 삼고초려로 그를 다시 영입하지 않을 수 없었는지 깊이 생각했으면 한다. 오늘 우리앞에 벌어진 엄청난 역사청산 작업을 돕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으로 비판을 보류하고 힘을 합치려는 사람들의 충정을 바로 헤아려야 한다. 이회창씨의 신한국당 영입은 그를 물러나게 했던 대통령의 스타일을 바꾸겠다는 확실한 신호가 돼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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