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그 어느때보다 높은 시점이다. 두 전직대통령의 심판이나 12·12 및 5·18과 같은 엄청난 의미를 지닌 온갖 개혁이나 청산이 결국은 사법적으로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는 시대적 인식이 국민들간에 확산되고 있는 탓이다.이런 좋은 기회를 우리 사법부 스스로는 과연 얼마나 깊이 자각하고 있는 것일까.
아울러 오랫동안 안주해 온 구태 벗기와 국민을 위한 사법적 봉사확대에 과연 얼마만큼 노력하고 있는가에 사법부의 앞날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법원이 24일 발표한 「국민을 위한 법원상의 정립」이라는 표제의 올해 역점 추진사업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
우선 지적할 것은 역점 추진사업의 너무나 많은 나열식 항목수다. 사법부가 구체적 추진방향으로 제시한 게 재판의 질향상, 사법서비스 확대, 종합법률정보의 제공, 재판의 권위확보, 미래지향적 사법운영등 5개의 큰 항목에 걸쳐 세부방안이 60개나 된다.
이처럼 많은 가짓수는 사법부가 그동안 자체 개혁에 그만큼 소홀해 왔다는 증좌랄 수도 있겠고, 하나하나 살펴보면 제대로 뿌리내리기가 아직 요원한 것도 아울러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의 기본권보호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신구속제도의 정비문제만 해도 지난해 관련 형사소송법조항이 개정되었으면 그 시행방안과 시행규칙 마련을 결코 지체해서는 안될 터인데 올 후반기에 가서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불평등양형의 시정을 위한 양형데이터베이스시스템 역시 그 가동은 아직이다.
사법부가 오늘의 현실에 뒤처져 있는 대표적 사안인 법관의 전문화 및 전문재판부의 확대라든지 그 전문화의 토대가 될 연수제도의 개혁 역시 그 실천이 늦어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로스쿨제 도입을 무산시켰으면 그 현실적 대안마련은 빠를수록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일부 나열식 항목과 더딘 추진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올 역점사업중에는 첨단전자정보시대를 맞아 차츰 구각을 탈피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 사법부의 변신 몸부림도 충분히 감지된다. 종합법률정보의 제공 및 사법서비스의 확대를 위한 원격영상재판과 재판모니터 실시, PC통신을 통한 정보제공과 자동응답시스템실시 등이 사법부에 불고 있는 현대화 바람들인 것이다.
결국 오늘처럼 높아진 사법부에 대한 국민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란 엄정한 자세로 재판에 대한 신뢰를 높이면서 사법서비스의 개혁에 보다 과감하는 것 밖에 없다. 사법부의 그런 노력으로 「국민을 위한 법원상」이 하루빨리 정립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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