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권「애랑과 배비장」서 곡이미지 쇄신 “관록”/최귀섭첫작품 「사랑은…」서 패기의 가능성 선봬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서울뮤지컬컴퍼니)의 마지막 장면. 빗줄기가 창을 두드리고 형제는 긴 오해 끝에 화해의 피아노2중주를 연주한다. 남경읍경주형제 최정원 황현정 등의 춤과 노래, 코믹한 연기에 웃음과 박수를 아끼지 않던 젊은 관객들 사이에서 노신사는 눈물을 흘렸다.
초대 뮤지컬협회이사장을 역임했던 우리나라 뮤지컬작곡의 1세대 최창권씨(67). 그가 관람한 작품은 작곡가인 아들 최귀섭(30)의 첫 뮤지컬이었다. 아들이 유달리 초조해 하며 공연 내내 무대 뒤를 서성이는 동안 아버지는 골똘히 음악을 들었다. 아들은 어느새 감동을 주는 음악인이자 라이벌이 돼 있었다. 우리나라 현대뮤지컬의 효시랄 수 있는 「살짜기 옵서예」(예그린)의 작곡자 최창권은 이렇게 말했다. 『신기합디다. 정식으로 배우지 못했고 그저 「애비 어깨 너머」 보고 들은 게 전부인데…. 전엔 어쩐지 못미더웠는데 공연을 보고 나니 강력한 라이벌이더라구요』
「살짜기 옵서예」도 서울예술단에 의해 31일부터 2월4일까지 「애랑과 배비장」이라는 이름으로 초연 30년만에 다시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곡을 좀 손질하느라 해묵은 악보를 꺼내 보았던 최창권은 『작품 자체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무엇보다 기뻤다』고 말한다. 부자의 흥행대결도 볼만하게 됐다.
「사랑은…」에서 최귀섭이 보여준 뮤지컬작곡자로서의 가능성은 노래 안에 인물의 성격을 구축한 점, 독창 이중창 삼중창 등 다양한 형식을 구사한 점, 전반적으로 극적인 긴장을 타고 오르는 센스 등이다. 최귀섭은 형 최호섭이 불러 히트한 「세월이 가면」 등 이미 20여곡의 가요를 발표한 적은 있으나 기성 가요작곡가들이 뮤지컬에선 실패한 것을 생각하면 「어깨 너머」 익힌 감각이 역시 무섭다. 그가 직접 본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고는 「오페라의 유령」이 전부이다. 고2때 뒤늦게 음악공부를 시작해 추계예술학교 작곡과, 버클리음대 편곡과를 나왔다. 그러나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의 길(뮤지컬)을 따라가게 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3월10일까지 문화일보홀에서 펼쳐지는 「사랑은…」은 5월부터 정보소극장, 성좌소극장에서 장기공연된다. 역시 오은희 작·배해일 연출로 10월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릴 다음 작품 「쇼 코메디」에서는 대사와 노래가 자연스럽게 교차, 상승한다. 최귀섭은 좀 더 현란하고 다양한 곡을 스케치해 놓았다. 그의 기본적인 색깔은 젊고 발랄한 브로드웨이 스타일이며 멜로디에 대한 집착도 크다. 아버지는 『예그린 창단은 원래 남북교류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는데 아들은 『언젠가 브로드웨이에 진출하는 게 진짜 목표』라고 말했다.<김희원기자>김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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