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 등 정보전달의 핵 “이젠 생활필수품 자리”「에니악(ENIAC)에서 인터넷까지 컴퓨터가 광속으로 세상을 바꿨다」
1946년 2월14일 미 펜실베이니아대 무어전기공학부 건물. 존 모클리와 프레스퍼 에커트는 3년간 불철주야 노력끝에 개발한 세계 최초의 대형 전자식 컴퓨터 「에니악」의 전원 스위치를 올렸다. 순간 에니악의 내부에 있는 1만 8,000개의 진공관이 일제히 깜빡이며 연산작업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무게 30톤, 면적 135㎡를 차지했던 「공룡컴퓨터」 에니악은 한번의 곱셈을 1,000분의 1초만에 해치워 에니악을 주문했던 미 국방부 관리들을 놀라게 했다. 이제는 천덕꾸러기신세로 전락한 286PC의 성능보다도 크게 뒤지지만 에니악은 55년 10월2일 가동이 중단될 때까지 탄도궤적 계산, 일기 예보, 원자에너지 및 우주광선 연구 등에 활용됐다.
올해는 컴퓨터탄생 50주년. 수치계산을 빨리하기 위해 개발된 컴퓨터는 50년동안 성능이 수천배이상 개선돼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자리잡았다. 1세대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 그리고 집적회로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발전을 거듭한 컴퓨터는 기업 학교 공공기관 등 사회전체를 유지하는 핵심이 되었고 연산 통신 정보관리 등을 수행하는 다목적 기계로 탈바꿈했다. 또 은행이나 학교의 대형전산센터에서나 겨우 구경할 수 있었던 컴퓨터가 이제는 가정과 사무실의 책상마다 놓여 있을 만큼 대중화했다. 성능은 수천배 향상된 반면 가격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에니악을 인수하며 미국방부가 지불했던 금액은 무려 48만7,000달러. 시차를 무시하고 현재의 환율로 계산해도 3억6,000만원에 달한다. 71년 인텔은 에니악과 거의 같은 처리능력을 가진 4비트중앙처리장치(CPU) 4004칩을 개발했다. 2,300개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집적한 이 제품의 처리속도는 0.06MIPS (1 MIPS는 초당 100만개의 명령어 처리). 이 제품을 채택한 컴퓨터의 가격은 6만달러였다.
이후 반도체왕국 인텔은 81년 286(트랜지스터 1만3,400개 집적)을 비롯해 386(27만5,000개·85년) 486(120만개·89년) 펜티엄(320만개·92년)을 잇따라 개발, 컴퓨터의 처리속도를 광속으로 높였다. 최근 인텔이 판매중인 펜티엄프로(일명 P6)칩은 4004보다 2,391배나 많은 550만개의 트랜지스터를 집적했으며 처리속도는 5,000배나 빨라진 300MIPS이다.
이젠 에니악보다 5,000배나 빠르고 1만분의 1로 가벼운 고성능 노트북 컴퓨터를 3,000달러면 살 수 있게 됐다. 미국의 한 컴퓨터 전문가는 『만약 자동차산업이 컴퓨터처럼 발전했다면 롤스로이스 승용차를 단돈 2,060원(2.75달러)에 살 수 있고 1갤런(4.5ℓ)의 연료로 300만마일(480만)을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0년대중반 서울의 컴퓨터 마니아들은 청계천에서 당시 포니 자동차값과 비슷한 250만원정도를 주고 8비트짜리 애플컴퓨터를 구입했다. 그로부터 10여년후인 현재 국내의 컴퓨터 누적보급대수는 600만대를 헤아린다. 올해에만 220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될 정도로 컴퓨터는 이제 생활필수품이 됐다.<황순현기자>황순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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