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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촛불,「팔」 선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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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촛불,「팔」 선거(사설)

입력
1996.0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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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역과 가자지구에서는 20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수반과 자치평의회의 의원을 선출하는 역사적인 선거가 치러져 예상대로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이 압도적으로 수반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는 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은 물론이고 평화를 희구하는 많은 이스라엘 사람과 세계인에게 희망의 촛불이 되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다.이념대립의 냉전이 종식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걸었던 평화에의 기대는 이념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인종, 언어, 종교 등 「원초적 애착」에 기초한 분쟁이 증가하면서 환상에 불과했다는 의심을 불러 일으켜 왔다. 바로 이같은 의혹과 혼돈의 순간에 반세기간이나 계속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유혈분쟁이 두 민족의 평화적 공존으로 가는 중요한 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물론 이번 선거가 중동지역의 평화를 곧바로 보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희망의 촛불이 분쟁의 어둠을 밝히는 평화의 횃불로 바뀌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함께 풀어야 할 많은 숙제가 있다.

먼저 이스라엘측에서는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허용하는 기존의 정책노선에 흔들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하마스와 같이 평화협상을 반대하는 팔레스타인 내부의 과격세력에 입지를 확대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사실 평화협정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의 여론은 거의 정확히 양분되어 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의 의석도 평화협정을 추진하는 노동당과 이에 반대하는 리쿠드당 사이에 사실상 양분상태다. 이같은 팽팽한 힘의 균형을 깨기 위해서 반아랍감정을 부추기는 선동정치가 특히 리쿠드당 중심으로 행해짐으로써 분열은 더욱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분열이 평화과정을 좌초시키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

팔레스타인 측에서는 아라파트의장과 그의 파타당이 이번 선거를 통해 부여받은 상당한 정통성을 바탕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과격파를 견제해야 할 것이다. 과격파의 견제는 금년 11월에 있을 이스라엘총선에서 평화를 지향하는 페레스의 노동당이 승리하느냐의 여부도 상당 부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많은 이스라엘인이 우려하는 테러를 선명하게 포기하고 이스라엘의 존립권을 분명하게 인정하며 독립국가의 꿈을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유보해야 한다.

아무튼 이번 선거결과가 「한 지붕 두 가족」의 동거를 제도화하고 공식화함으로써 중동지역 그리고 나아가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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