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코 앞에 두고 선거구를 조정하느라 부산을 떠는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을까. 선거구 조정을 위한 임시국회가 소집된지 벌써 열흘이 지났는데도 여야협상은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 이처럼 오랫동안 국회가 공전해도 정치권은 무감각이다. 지방 당행사를 통한 표밭갈이에 몰두하고 있을 따름이다. ◆미리미리 사전준비를 하지 못하고 코 앞에 닥쳐야 부랴부랴 서두르는 「벼랑 정치」는 이제 버릇으로 굳어져 버린 탓일까. 작년말 헌법 재판소가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심하다고 위헌판결을 내렸을 때 우리는 헌재를 원망했었다. 작년 정기국회 회기중에 판결이 나왔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원망은 이제 정치권이 받아야 할 것 같다. 헌재의 위헌 판결이 나온지 4주가 다 되어 가는데도 속수무책으로 허송세월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헌판결이 난 선거법에 따라 총선이 치러져도 좋다는 생각들을 속으로 하고 있지나 않은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흔히들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은 하고 있지만 실제는 딴판이다. 정치권이 작년 선거법 개정때 미리 알아서 위헌시비요소를 제거했더라면 헌재로부터 망신을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이처럼 불필요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국사를 처리하는 정치권의 안목과 양식과 수준이 새삼 아쉬워진다. ◆최소한 선거구 조정에 대한 선진 외국의 사례만 참조했더라도 이런 실수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느 나라의 예를 보더라도 국회가 제멋대로 선거구를 떡주무르듯하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총리실 산하에 7인위원회가 있고 프랑스엔 7인현인회의라는 별도의 기구가 있다. 선진국대열에 들어서려면 국회만능주의보다는 자제능력을 키우는 것도 배워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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