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관행 척결 신호탄·적자생존경영 확산/「최후순간」 도움 기대했다간 엄청난 결과 자초『설마 재계 27위인 우성건설이 부도처리될 줄 몰랐다』 우성건설 부도이후 재계와 금융계, 심지어 채권단에 참석했던 은행임원조차 부도처리는 미처 생각지 못했었다고 입을 모았다. 18일 부도결정 당시 채권단회의에 참석했던 정인호한일은행상무는 『옛날 관행만 생각해 부도를 결정하는 회의장에서조차 부도까지 갈까 의심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처럼 우성건설의 전격 부도처리는 금융계의 충격이었으며 해묵은 금융관행을 무너뜨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금융계는 시장개방과 경쟁심화로 금융기관 도산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온정금융」 「구제금융」등 해묵은 관행이 지속될 수 없으며 우성부도처리는 이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지닌다고 해석했다. 금융계에도 비정한 적자생존의 경영원칙이 확산되고 있으며 우성은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부도를 맞았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우성건설로부터 받은 어음을 돌린 동서증권측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해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은 회사에 돈을 맡긴 주주와 고객에 대한 의무이며 회사 영업준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성의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 관계자는 『종전처럼 제2금융권에서 돌아오는 어음을 은행권이 막아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착오』라며 『사고가 날 때마다 제2금융권은 빠지고 은행만 짐을 짊어질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총자산 2조원의 그룹을 거느린 최승진우성그룹부회장이 불과 49억원(최초부도액 169억원중 이자부분)때문에 동서증권이 어음을 돌리고 제일은행조차 대지급을 거부할 줄 예상하지 못했다는 설이 설득력을 갖는 것도 이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30대 대기업의 부도를 방관하겠느냐는 다소 안이한 생각이 빗나갔다는 지적이다. 정상무는 이에 대해 『금융업종이 다양해져 증권 투금 종금 등 제2금융권과 은행 등이 채권단에서 서로 이해가 엇갈려 예전과 같이 은행만으로 문제해결이 되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관행대로 「최후순간」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가는 예상치 못한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막판에 몰린 기업들이 「섶을 쥐고 불에 뛰어드는 식」의 「자살소동」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의 윤석헌박사는 『이제 금융산업이 타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금융기관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원칙에 따른 신용분석 등을 근거로 영업을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계에는 이번 우성문제를 해결하면서 반드시 합리적인 과정만을 밟아온 것은 아니며 숙제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가 작년 7월이후 2,050억원을 우성건설에 지원케 함으로써 추가부실을 발생시켰으며 더구나 91년이후 없어졌던 합의여신(여러 은행이 돈을 모아 지원)이라는 구태까지 되살렸다』며 『다만 이번 부도처리에서라도 금융기관의 자율경영 보호와 간섭배제 입장을 지킨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종국동양투금상무는 『정부의 새 경제팀이 이번 부도처리과정에서 자율경쟁과 경제순리를 존중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금융기관도 더이상 타의에 의해 영업하는데는 한계에 와있다』고 지적했다.<유승호기자>유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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