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이어 깜짝쇼를 연출하고 있다. 지난 3일 뒤늦게 애틀랜타올림픽 참가를 신청하더니 8일과 15일엔 2002년 월드컵 남북한 공동개최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타진했다고 한다. 공동개최가 우리의 희망이었다는 점에서 환영하면서도 갑자기 이를 들고 나온 북한의 진의를 의심하게 된다.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선 국제적 고립 탈피와 경제난 해결을 위해서라는 호의적인 해석이 가능하지만 공동개최가 참뜻이라면 그 상대인 한국과 먼저 협의하는 것이 순서였다. 한국은 월드컵 개최가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점을 유치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여러 차례 북한의 참여를 촉구했었다. 그동안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이 기습적으로 이를 표명함에 따라 당혹스러움과 함께 의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북한의 참여의사가 진정이기만 하다면 한일간에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월드컵 유치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아벨란제 FIFA회장도 『남북한이 공동개최한다면 2002년 월드컵을 한반도에서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바 있어 북한의 움직임은 한국측에 큰 무게를 실어주게 된다. 2004년에 창설 1백주년을 맞는 FIFA에도 그 잔치라고 할 수 있는 2002년 월드컵을 남북한이 공동개최한다는 것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기대속에서도 88서울올림픽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때도 공동개최 협상이 막판에 결렬됨으로써 대회준비에 큰 차질을 빚었었다. 이번에도 월드컵 유치전이 한국측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이를 훼방하기 위한 의도에서 이같은 돌출행동을 하고 나왔을 것이라는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을 지닌다. 월드컵 개최지 결정이 불과 4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고 공동개최를 FIFA에 일방적으로 타진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 주장에 수긍이 간다.
공동개최를 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 FIFA의 현재 규약으로는 공동개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개정해야 하고 단일팀 구성문제등도 해결해야 한다. 아무리 과정이 험난하다 해도 일본 지바(천엽) 세계탁구선수권대회등의 감격을 떠올리면 이를 헤쳐나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남북한 공동개최는 우리민족의 화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에 냉철하게 대처해야 한다. 북한의 등장이 월드컵 유치전을 유리하게 이끈다는 측면도 있지만 일을 뒤틀리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아직은 공식적인 제의단계도 아니고 타진단계라는 점에서 북한의 진의를 파악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진의가 어디에 있든 우리의 월드컵 유치노력에 어떠한 흔들림도 있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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