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들어 경기가 날씨만큼이나 급랭하고 있는 것같다. 경기가 실제로 얼마나 나빠졌는가는 나중에 지표로 나타나겠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적어도 체감경기는 예상보다 급격히 내려가고 있다. 경기가 이런 추세대로 하강하다가는 올해 경제성장률의 목표를 7내지 7.5%로 잡은 경기연착륙이 실현될지 의문이 간다.새해벽두에 연간 경기추세를 예측한다는 것 그 자체가 불확실한 일이지만 어떻든 경기급랭의 조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부도사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들어서도 줄어들줄 모른다. 오히려 가속되는 것같다.
우성건설의 부도는 하도급 및 자재납품업체와 금융기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있고 또한 이들 피해업체들이 또다른 관련업체에 미칠 연쇄파급영향까지 감안하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 할 것이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경기의 선행지표라는 증권시장도 지난해 하반기 후반에 이어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최근 몇년동안 전천후 호경기를 누려왔던 백화점등 대형유통업체도 신장률이 지난해보다는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체의 대형화, 연쇄점화, 근대화등에 밀려 온 재래시장과 소매점 및 구멍가게등은 올해에는 유통시장의 완전개방으로 더욱 빠르게 쇠퇴해 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경기의 냉각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은 재벌그룹들의 위축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부터 설비투자의 증대가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격감되고 있다. 노태우씨의 비자금사건과 관련, 불구속기소된 재벌그룹 총수들의 의욕상실이 직접적인 요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벌그룹들이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가고 총수들이 절대적 권한을 갖고 그룹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우리 재계의 현실이고 보면 이들의 위축이나 의기소침은 기업확장등 그룹의 활력에 즉각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의 설비투자 감소는 이미 적지 않게 이 바람을 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분명한 것은 현재의 경기침체 국면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정치, 경제, 사회등 복합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고 있는 것같다. 정부로서는 이러한 경기침체국면을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우선 재벌그룹총수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필요가 있다. 구본영청와대경제수석이 시사한 바와 같이 김영삼대통령이 적당한 때에 이들과 회동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경기연착륙에 대기업을 앞장 세워야 한다.
정부는 또한 예산의 조기집행, 실질적인 중소기업지원, 과감한 규제완화, 사회간접자본에의 민간참여, 신축성있는 금융정책등 이미 발표한 정책들의 실천과 집행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인플레성 증시부양등 정치성 인기정책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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