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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들의 언어 수준(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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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인들의 언어 수준(장명수칼럼)

입력
1996.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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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치판에서 몇가지 꼴불견을 들라고 한다면, 나는 각당 대변인들의 언어폭력과 원내총무들이 회동할 때마다 사진찍는 포즈를 꼽고 싶다. 자기당과 총재를 지키려고 다른당과 그 총재에게 퍼붓는 마구잡이 공격, 도원결의라도 하듯 카메라앞에서 손에 손을 굳게 잡는 우스꽝스런 모습은 정치의 후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그 두가지 꼴불견에 대해서는 여러번 언론의 지적이 있었고, 나름대로 시정하려는 노력을 보인 적도 있다. 각당 대변인들이 모여 저질 공격을 자제하자고 약속한 적도 있고, 원내총무들이 잠시 손잡는 포즈를 중단한 적도 있다. 그러나 그 노력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변인은 신문 방송에 매일 등장하면서 폭넓은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운좋은 자리다. 대변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선거에서 떨어지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만큼 그들은 절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지역 유권자들이 얼굴이 많이 알려진 대변인 출신 후보에게 표를 찍는 것과 그들이 국민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지금 각정당의 대변인이거나 최근 대변인을 지낸 사람중에서 좋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드물거라고 생각된다. 그들은 유명해지긴 했지만 국민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진 못했다. 자기 당과 총재를 옹호하는 억지와 궤변, 다른 당과 그 총재에게 퍼붓는 무례한 공격이 국민을 기분나쁘게 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각당 원내총무나 당직자들이 잘해보자고 손잡는 것이 왜 나쁘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포즈는 너무나 위선적이고 도식적이다. 툭하면 입에 못 담을 욕설로 서로를 공격하는 오늘의 정치풍토에서 회동할 때마다 의형제들처럼 손을 부여잡는 포즈는 고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대변인은 국민을 향해서 자기당의 생각과 입장을 알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들은 국민의 얼굴은 안보고 상대당과 싸우는 데만 정신을 쏟고 있다. 그들의 뒤에는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총재가 있다는 것을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대변인이라면 평균적 정치인보다는 수준높은 언어를 구사해야 할게 아닌가. 자신의 식견과 양식이 정치발전에 쓰이지 못하고, 저질싸움에 소모되는 현실을 대변인들은 부끄러워 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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