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학들의 현실감각은 어느 정도나 되는 것일까. 사립대학들은 올해 등록금 인상폭을 20%선으로 정했다가 정부와 학생회가 반대·저지기미를 보이자 갑작스럽게 후퇴, 작년 인상수준인 15%안팎으로 재조정했다니 말이다. ◆국립대학 등록금 인상폭이 5%에 그쳤고 지난해 물가인상폭은 6% 미만이었다는 인식이 사학들에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납득할 만한 보충설명없이 20%선의 인상폭을 내정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사학 운영자들이 그처럼 현실감각이 부족하니 등록금 책정에서마저 시행착오를 거듭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학들의 등록금을 외국과 비교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의 사립대학 한학기 등록금은 1만달러를 웃돈다. 우리돈으로 따져 8백만원수준이다. 우리는 가장 비싼 대학이 2백70∼80만원선이고 평균 2백만원 안팎이다. 그렇다고 정부 지원금이 많은 것도 아니다. 미국·일본에서는 사학운영비의 20∼30%를 정부가 지원하지만 우리는 3.6%밖에 지원하지 못한다. ◆국민1인당 GNP와 비교해도 사학의 등록금은 비싸다고 할 수는 없다. 미국의 1인당 GNP 2만4천달러는 우리의 2.4배이지만 미국 사립대학등록금은 4배가 넘는다. 대학을 싸게 다닐 수 있다면 쌀수록 좋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교육마저 「싼게 비지떡」이 되어서는 곤란하다는데 있다. ◆우리 사학들의 감각이 조금만이라도 현실적이라면 등록금을 인상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학들은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조금 더 내고 좋은 교육을 받는 게 어떠냐고 설득한 후에 등록금을 인상하는 지혜를 깨우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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