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행정부 보수화 가속될듯/외무장관·비서실장 교체와 궤 같아러시아 시장경제개혁의 기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제1부총리(40)가 16일 사임한 것은 보리스 옐친 행정부가 점차 보수화하는 증좌로 해석된다.
추바이스의 퇴진은 최근 친서방노선의 안드레이 코지레프 외무장관이 연방보안국(FSB)국장출신의 예프게니 프리마코프로 교체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또한 자유주의 성향의 세르게이 필라토프 대통령비서실장이 강경파 니콜라이 예고로프로 경질된 것과 무관치 않다.
추바이스는 91년 입각한 이후 급진경제개혁을 추진, 구소련시절 국영기업의 민영화 및 재정안정 정책을 주도해온 옐친정부의 최장수 각료다. 특히 그는 인플레억제와 루블화 안정에 큰 기여를 했다. 개혁초기 세자릿수까지 치솟던 인플레를 94년 12월 17.8%, 지난해 12월에는 3.2%로 고삐를 잡는 데 그의 역할이 지대했다.
그러나 민영화작업은 부유층에만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인플레 억제를 위한 긴축정책도 수백만명을 빈곤선이하로 떨어뜨렸다는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그의 퇴진은 긴축통화정책이 성장우선 정책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추바이스가 사임에 앞서 『대선 5개월전에 경제노선을 전환하는 것은 파멸적인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정책 전환 움직임에 대한 경고로 풀이된다.
추바이스가 국제통화기금(IMF), 서방선진7개국(G7)등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온 면을 고려할 때 향후 러시아의 대서방협력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크다. IMF와 향후 3년간 90억달러 차관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이루어진 추바이스의 사임은 보수파의 공세와 체첸사태로 안팎 곱사등이 처지에 놓여 있는 옐친의 입장을 부각시켜 주고 있다.<배연해기자>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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