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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사상 첫 총선 이틀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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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사상 첫 총선 이틀 앞으로

입력
1996.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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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세우기 첫 발” 감격의 열기/7.6대 1 경쟁속에 각종공약 만개/아라파트 의장측 승리 무난할듯/해외유민 배제 정통성시비 소지「중동의 유랑민」 팔레스타인인들이 20일 사상최초의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선거를 치른다. 이스라엘 점령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역, 예루살렘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이번 선거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향한 첫 주권행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처음으로 팔레스타인 민족의 정체성을 결집하는 상징적 사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더하고 있다.

그런만큼 이틀 앞으로 다가온 선거의 열기도 뜨겁다. 94년5월부터 순차적으로 자치가 실시된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는 건물벽마다 후보자들의 포스터로 온통 모자이크를 이루고 각 후보자들도 「평화협상 중단」 「여성권리 확대」등 각양각색의 공약을 내세우며 다시 찾은 정치적 욕구를 한껏 분출하고 있다.

자치정부 행정수반(대통령)과 함께 88명의 평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에는 여성 28명을 포함한 672명의 후보가 나서 평균 7.6대 1의 치열한 경쟁을 기록했다. 또 유권자의 90% 가량인 101만여명이 선거인 명부작성을 마쳐 팔레스타인인들의 높은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이번 선거로 뽑힌 행정수반은 평의원 가운데 각료를 인선해 4월까지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이 자치정부가 5월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난민문제 및 국경문제등 최종지위에 대한 3단계 협상을 시작한다. 3년을 시한으로 한 마지막 자치협상이 순조로이 진행될 경우 팔레스타인인들이 꿈에 그리던 독립국가가 탄생하게 된다.

선거전망은 일단 국내외적으로 대표성을 인정받아 자치기구(PNA)를 이끌어온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측의 무난한 승리가 예상된다.

수치상으론 경합이 치열하지만 최대 라이벌 정파인 이슬람원리주의세력 하마스의 선거 보이콧으로 조직적인 경쟁상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20여개 정당이 참여하지만 군소정당에 불과하고 상당수 무소속 출마자는 아라파트진영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탈락자들이다.

이에 따라 자치정부의 정통성확보라는 이번 선거의 가장 중요한 의미가 퇴색할 우려가 있다. 또 400여만명으로 추산되는 해외 팔레스타인 유민은 배제된 채 선거를 치른다는 것도 정통성 시비를 낳을 수 있다.

이와함께 자치주도세력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화 의지를 분명히 내외에 과시해야 국제적 지지와 지원을 얻을 수 있다. 하마스 간부 아야시의 폭사에 이은 과격세력의 선거 방해책동, 아라파트의장의 독선적인 후보인선등 다소 잡음과 곡절이 따랐지만 이제까지의 과정은 대체로 합격점을 받고 있다.

국제사회도 선거를 감독하기 위해 한국대표단(단장 유정렬외대교수)을 비롯한 1,000명의 선거감시단원을 파견해 민주주의 경험이 일천한 팔레스타인인들의 「나라 세우기」를 적극 돕고 있다.<예루살렘=윤석민특파원>

◎선거 어떻게 치르나/행정수반·평의원 88명 뽑아/PLO반기 하마스 참여 거부

팔레스타인 총선은 동예루살렘을 비롯한 요르단강 서안 11개및 가자지구 5개등 총 16개 선거구에서 행정수반(대통령)과 총 88명의 자치평의회 의원을 뽑게된다.

선거법에 따르면 이스라엘 시민권자를 제외한 이스라엘내 거주하는 18세이상의 팔레스타인인들은 모두 선거권을 갖는다.

의원직 피선거권자는 30세 이상으로 범죄 전과가 없어야하며 정당에 등록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 무소속인 경우 지역구 유권자들의 0.5%이상 서명을 필요로 한다. 행정수반 후보자는 만 35세 이상으로 최소한 5,000명의 서명을 받도록 돼있다. 선거운동의 경우 TV와 라디오유세기회는 차별없이 각 정당에 골고루 배분돼있으며 각후보가 사용할 수 있는 선거운동자금은 미화 7만500달러로 제한돼 있다.

이번 선거에는 야세르 아라파트가 이끄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비롯, 전나블루스시 시장 바삼 알 샤카야가 주도하는 팔레스타인그룹(PG)등 20여개 군소정당이 참가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PLO내 최대정파인 파타측이 단일 정파로는 최다인 75명의 후보를 공천했고 파타파계열로 무소속으로 나온 후보도 150명에 달해 이번 총선은 파타파의 주류와 비주류간 싸움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PLO에 반기를 든 하마스는 선거를 보이콧했지만 친하마스계열로 선거에 나온 후보도 6명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후세인 라할이 이끄는 아랍사회주의계열의 바트당과 공산당의 후신인 인민당, 점령지역에 거점을 두고 새로 결성된 공산당, 팔레스타인 노조그룹, 아랍해방전선등이 참여했지만 이들 군소조직의 총의석수는 10%미만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행정수반 확실 아라파트/풍운의 혁명가서 국부로 변모/하마스·이스라엘 안팎적 부담

「풍운의 혁명가 야세르 아라파트(67)가 팔레스타인의 초대 민선대통령으로 거듭 태어난다」 20일 팔레스타인 총선과 더불어 실시될 자치정부수반(대통령)선거는 한평생을 팔레스타인 독립투쟁에 몸바쳐온 아라파트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에게 이처럼 각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선거를 이틀 남긴 시점이지만 아라파트의 행정수반직 당선은 이미 기정사실처럼 확실한 상황이다. 좌익계 사회운동가 「할머니」사미하 카릴(72)이 유일한 도전자로 나섰지만 아라파트의 대권장악을 위협할 적수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아라파트의 관심은 행정수반이 아니라 오히려 평의원 선거에 쏠리고있다. 자신이 이끄는 PLO내 최대정파인 파타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를 최대로 끌어올려 선거로 출범할 자치정부의 정통성을 확보하는 게 중대과제이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곧바로 27년간 PLO를 주도한 자신에 대한 팔레스타인민족의 심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아라파트의 현실인식이다.

아라파트는 특히 자신의 최대반대세력이며 선거자체를 보이콧한 하마스 동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슬람신자들과 서민들 사이에 폭넓은 지지기반을 갖고 있는 하마스는 아라파트의 장기 독주와 그가 추진해온 이스라엘과의 평화협상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유일한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라파트는 이 때문에 하마스를 선거에 참여시켜 「제도권」안으로 끌어들이려 했으나 실패했다. 하마스는 공식적으론 선거보이콧을 주장하고 있으나 자파인사들을 무소속 후보로 내어 은밀히 지원하고 있다.

아라파트의 「내부 적」이 하마스라면 외부 상대는 물론 이스라엘이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일부 후보를 일시 구금하고 유세지역을 제한하는 등 직간접으로 압력을 넣고 있다. 아라파트가 13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총선을 교묘히 방해하는 것은 향후 중동평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견제하며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결국 아라파트로선 안팎의 적과 맞서며 총선을 성공적으로 관리해야하는 이중의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아라파트가 이번 선거를 무사히 이끌어 팔레스타인 초대 대통령직에 오른다해도 전도가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의 평화노선에 반대하는 강경파를 진무하며 올 5월부터 이스라엘과의 최종 팔레스타인자치지위협상에 돌입하는 한편 자치지역의 경제부흥을 위해 서방의 경제지원을 유도해야하는 난관이 첩첩산중으로 기다리고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라파트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자치정부가 아닌 완전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의 출범을 향한 첫 관문이다. 팔레스타인민족에게는 새로운 출발이 시작됐다』는 그의 말처럼 이번 선거는 그에게 기쁨과 책임감이 교차하며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이상원기자>

◎팔레스타인 자치 일지

▲48년 5월 이스라엘 건국 및 1차중동전(팔레스타인난민 발생)

▲64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결성

▲67년 6월 3차중동전

(이스라엘, 요르단강 서안 가자점령)

▲87년 인티파다 (반이스라엘 봉기)점화

▲91년 10월 마드리드 평화회담

▲93년 9월 1단계 자치협정체결

▲94년 5월 가자지구, 예리코시 자치실시

▲95년 9월 2단계 자치협정 체결

▲ 12월 요르단강 서안 자치확대 실시

▲96년 1월 팔레스타인 총선실시

▲ 5월 3단계 자치협상 개시

▲99년 5월 협상시한 종료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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