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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황과 참 민주주의/이수윤한국교원대교수·정치철학(한국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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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상황과 참 민주주의/이수윤한국교원대교수·정치철학(한국논단)

입력
1996.0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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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정의이념을 추구하지 않는 국가사회는 정상적 국가사회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그 어떤 국가사회보다 더 진지한 자세로 올바른 정의이념 구현을 위해 노력해 나가야 한다. 바로 그것이 분단의 아픔 속에 있는 사랑하는 조국을 평화적으로 통일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올바른 정의이념은 바로 자유와 평등의 구체적 통일을 의미한다. 평등없는 자유만을 강조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자유없는 평등만을 내세우는 사회주의는 결코 참다운 진리가 될 수 없다. 고전적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각각 일면적 진리성만을 가졌을 뿐이다. 참다운 진리는 양자의 통일에 있다.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학문적 자주성에 대한 자각적 의식없는 지식인들이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고전적 자유주의의 새로운 형태와 지금은 많이 약화되었지만 급진적 학생들이 진리추구에 대한 진정한 정열없이 맹목적으로 신봉하고 있던 사회주의 사이의 대립만이 존재했을 뿐이다. 우리 사회의 지적 분위기는 참다운 진리가 무엇인가를 찾는데 무관심했다. 진리는 가까이에 있다. 진리는 항상 대립물의 통일 속에 존재한다. 대립물의 통일로부터 가장 아름다운 조화가 생겨난다. 대립물 사이의 중용적 조화가 바로 철학적 진리이다.

○자유·평등 조화

서양철학사적 전개과정 속에는 항상 강자와 약자, 부자와 빈자, 질과 양, 기하학적 균형과 산술적 균형, 행복과 도덕, 자유와 평등, 소유와 복지, 재산권과 생존권,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등의 대립이 나타난다. 그 모든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인 용어들은 동일한 내용의 서로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그 모든 상이한 용어들은 인간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계급대립과 갈등의 철학적 표현이다. 일면적 원리는 결코 참다운 진리가 될 수 없다. 고전적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일면적 원리 위에 서 있다. 국민적 자유주의로서의 민주주의는 대립적 원리와 구체적·유기적 통일을 추구한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소수인만의 자유만끽을 추구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는 확실히 구분된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만인자유를 지향하는 국민적 자유주의와 일치한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고전적 자유주의처럼 자유만을 추구하거나 사회주의처럼 평등만을 주장하지 않는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의 구체적 통일을 지향한다. 자유에 대한 확신과 옹호만으로는 진정한 민주주의자가 될 수 없다. 자유에 대한 굳건한 신념과 아울러 평등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춘 사람만이 참다운 민주주의자이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고대희랍부터 현대까지 철학자들이 철학적 진리로서 정립한 고대희랍철학의 최선의 국가이념, 중세철학의 예비천국이념, 근세철학의 정의국가이념, 현대철학의 국민적 자유국가이념등과 일치한다.

근세이후 서양사회에는 세계사적 의미를 가진 세 혁명이 있었다. 명예혁명으로 완성되는 영국혁명과 프랑스대혁명과 러시아혁명이 바로 그것이다. 영국혁명은 자유주의혁명이다. 러시아혁명은 사회주의혁명이다. 프랑스대혁명은 민주주의혁명이다. 영국의 자유주의혁명과 러시아의 사회주의혁명은 참다운 정의이념에 입각한 혁명이 아니었다. 철학적 진리에 입각한 정의이념을 추구한 혁명은 바로 프랑스의 민주주의혁명이다. 프랑스대혁명의 정치적 의의는 자유와 평등의 균형적·조화적 통일의 실현에 있다. 프랑스대혁명의 세계사적 의의는 철학적 진리에 입각하여 역사진보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데 있다. 구체적 전개양상이 상이하고 연대기적으로 달라도 본질적 흐름이 유사한 두 역사적 상황은 서로 철학적 동시대성에 위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회정의 숨 쉬게

지금 우리의 정치상황은 참다운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프랑스대혁명과 철학적 동시대성 속에 있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결코 저절로 실현되지 않는다. 참다운 민주주의는 정치인들의 각성된 노력과 지식인들의 끈질긴 비판을 통해서만 실현될 수 있다. 국민들은 문민지도자의 초인적 노력으로 우리의 역사진행방향이 자유와 평등을 구체적으로 통일하는 참다운 민주주의를 향해 나가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국민들은 무엇이 진리인가를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다. 국민들의 내심은 진리실현에 대한 갈망으로 불타오르고 있다. 지식인들과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그와 같은 의식을 철학적 확신과 정치적 활력으로 승화시켜 나가야 한다. 바로 그 때 우리 사회 내부에는 참다운 정의가 숨쉬게 되고 대외적으로는 한 국가사회의 진정한 발전조건이며 최대 명예라고 할 수 있는 자주성이 굳건히 확립될 것이다. 바로 그때 민족국가의 평화적 통일은 단순한 구호로서가 아니라 진실성있는 호소력을 지니고 우리에게 닥쳐오게 될 것이다. 또한 민족국가의 평화적 통일이 가시화하는 것에 발맞추어 우리는 세계사의 진운을 주도하는 세계사적 국가로 당당히 발전해 나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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