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연한 국보·보물 간직한 “천년 도량”/입구에 우뚝 선 돌장승은 “백미”웅장하고도 섬세한 지리산의 품속에는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은 사찰이 깃들여 있다. 화엄사 천은사 쌍계사 실상사 대원사 연곡사 등이 골짜기마다 터를 이루고 천년세월을 지켜오고 있다.
그중 실상사는 눈 내리는 겨울날에 찾아 들어 쓸쓸한 심사를 달래기에 제격이다. 드넓은 논자락과 들녘을 떠돌이처럼 헤매어도 보고 절 입구에 서있는 장승들에 하소연도 하고 싶어진다.
실상사는 신라말 구산선문가운데 가장 먼저 도량을 개척하여 선풍을 떨친 곳이다. 또 단일사찰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국보 제10호 백장암 3층석탑을 비롯해 보물 제33호 수철화상부도탑, 보물 제35호 석등, 보물 제37호 실상사 3층석탑, 보물 제41호 철조여래상등 국보 1기와 보물 11기가 모여 있다.
대웅전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있는 실상사 3층석탑은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양식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어 석탑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된다. 특히 상륜부는 거의 온전한 상태로 보존돼 불국사 석가탑 상륜부를 복원할때 이탑을 그대로 모방했을 정도다.
약사전 철불은 4,000근이나 되는 철을 녹여 만든 무려 3m에 이르는 거불로서 우리나라 철불 가운데 가장 큰 부처이다. 전설에 따르면 일본 후지산이 지리산 천왕봉을 훔쳐보고 있는 형국이어서 우리나라의 기운이 일본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방지하기위해 그 일직선상의 맨땅위에 세웠다고 한다.
실상사에서 흥미있는 볼거리는 민간신앙에서 유래된 돌장승이다. 지금은 해탈교가 들어서서 옛맛을 잃어버렸지만 실상사로 들어가는 큰 하천을 징검다리로 건너던 시절 개울 양편에서 머리에 흰눈을 얹고 지키고 서있는 장승의 모습은 일품이었다. 가슴에 「상원주장군」「대장군」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툭 튀어나온 퉁방울 눈과 주먹코에 벙거지를 쓰고 있으며 이마에는 부처처럼 백호가 조각된 위엄을 갖추고 있어 가히 사찰장승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실상사 여정에선 사찰순례와 함께 지리산 특산물인 목기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실상사 입구 백일리가 바로 남원목기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마을 출신 목기장인 김을생씨가 운영하는 금호공예관에 가면 수많은 나무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가는길은 서울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남원가는 고속버스(1시간 간격)를 탄다. 남원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실상사 가는 버스(30분 간격)가 있다. 열차를 이용할 때는 서울역에서 전라선을 탄다.<이형권역사기행가>이형권역사기행가>
◎맛있는 집/다리목식당 오리불고기/약초물에 재운 고기 겨울영양식 “만점”
실상사에서 승용차로 5분거리인 마천면 백무동 입구에 자리잡고 있는 다리목식당(0597―63―7026)의 오리불고기는 겨울철 영양식으로 그만이다. 직접 사육한 오리의 살만 모아서 지리산 약초로 달인 물에 쟁여 두었다가 양념을 하기때문에 고기맛에 은은한 향기가 배어난다. 야채로 사용하는 돌미나리와 논냉이도 고기맛을 한층 싱그럽게 해준다. 1마리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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