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훈까지 소개하며 뇌물성 부인/“기억안나 검찰서 진술 잘못했다”/해외수주 큰차질 우려 “잘봐달라”노태우전대통령 축재비리사건에 대한 15일 2차공판에서 피고인석에 선 재벌총수들은 변호인 반대신문을 통해 노씨에게 제공한 돈이 뇌물이 아닌 「3공때부터 관례화된 성금」임을 강조했다.
삼성그룹 이건희회장 변호인들은 직접적인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회장측은 『노씨에 대한 성금제공을 일일이 보고 받지도 않았으며 전혀 관여한 바도 없다』고 변호했다. 이회장은 『노씨가 대통령에 취임한뒤 매형인 이종기전중앙일보사장이 그룹 비서실과 협의해 추석이나 매년 연말등에 대통령에게 성금으로 내놓았으나 일일이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회장의 변호인인 김승진변호사는 이병철전회장때부터의 가훈인 「이권확보를 위한 뇌물은 절대로 제공하지 않는다」 「남이 공들여 만든 기업이 곤경에 처했을 때 이 기업을 인수하지 않는다」 「술, 담배등 인류건강을 해치는 사업과 인명살상등의 수단인 무기생산사업을 절대로 하지 않는다」까지 들어가며 뇌물이 아님을 강조했다.
대우그룹 김우중회장 변호인들은 가끔 검찰에서의 진술을 부인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김회장측은 91년5월 제공한 1백억원이 진해잠수함기지공사수주와 관련한 사례금이었다고 한 검찰에서의 진술을 부인했다. 김회장측은 『성금명목에 대해서는 검찰조사를 받을 당시 장기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2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온 직후 30여시간동안 조사받다보니 4∼5년전의 기억을 되살릴 겨를이 없었다』며 『조사를 받고 난뒤 여유를 갖고 생각해보니 당시 91년 6월 광역선거지원성금이었을 뿐 잠수함기지 공사수주에 대한 사례금은 아니었다』고 변호했다.
동아그룹 최원석회장 변호인들은 「정황론」으로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들은 『리비아 대수로공사를 차질없이 잘 수행하고 있는 점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올 9월1일까지 2차 수로공사를 마쳐 통수공사를 완공해야 하는데 실패할 경우 동아그룹은 전망이 어두워지고 국가체면 손상뿐 아니라 손해배상책임까지 져야한다』고 말했다. 최회장측은 또 리비아를 비롯, 미국 말레이시아 태국등에서 1백12억달러의 해외공사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임을 강조, 『회장이 실형선고를 받게 되면 공사수주에 차질이 생길것』이라며 간접적으로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다.
진로그룹 장진호회장 변호인들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선대회장때부터의 사시에 따라 성금을 냈을 뿐 뇌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공장이전 추진과정과 관련, 1백억원을 주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으나 사실은 해당 건은 오래전부터 기정사실화한 것이어서 새삼스럽게 이에대해 보고 받을 사항도 아니었다』고 검찰에서의 진술을 부인했다.
한보그룹 정태수총회장은 김진태검사가 노씨에게 1백억원을 건네 준 시점을 보충신문한데 대해 『그거(돈을 준 시점)때문에 (검찰에서) 이틀 밤을 싸우는 바람에 지쳐 마음대로 하라고 했던 것』이라며 『지금은 당시 무슨 소리를 했는지 전혀 모르겠다』고 부인했다.<이진동기자>이진동기자>
◎노씨변호인 김유후씨 일문일답/“반대신문 안한 다른의도 없어 변호사선임 취소는 고려안해”
15일 열린 2차 공판에서 노태우전대통령의 변호인인 김유후변호사는 전격적으로 반대신문을 원치않는다는 노씨의 입장을 밝히고 반대신문을 하지 않았다. 김변호사는 이날 점심 휴정시간에 기자와 만나 『반대신문은 물론 변호도 받고 싶지 않은 것이 그 분의 심정』이라며 『이유는 사유서에 밝힌 그대로이며 공판일정을 앞당기려는 의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노씨를 언제 만나 반대신문 취소를 결정했나. 취소과정을 설명해달라.
『그동안 여러 차례 접견하면서 결정된 것이다』
―재판일정을 앞당기려는 의도인가.
『비자금사건 이외에도 5·18과 12·12사건이 병합되기 때문에 어차피 선고는 병합돼 이루어 진다. 따라서 재판일정을 앞당기려는 것은 아니다』
―반대신문 취소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겠다는 말인가.
『취소사유에서도 밝혔지만 노전대통령은 비자금을 뇌물로 생각하지 않고 통치자금으로 여기고 있다』
―반대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유서에서는 노씨가 반대신문은 물론 변호도 거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는데 앞으로 변호사 선임도 취소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좋은가.
『노전대통령은 그같은 입장에서 기소가 임박해서야 변호인을 선임했다. 변호인 선임을 취소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 사형 또는 중형(징역3년형)에 해당하는 피고인의 경우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을 경우 법원이 반드시 국선변호인을 선임해 준다. 따라서 내가 사임계를 내더라도 누군가가 변호를 맡아야 하기 때문에 현재 사임은 현실적 고려사항이 아니다』
―반대신문 취소는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불만표출로도 비쳐질 수 있는데.
『법정에서 반대신문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유서대로 해석해 달라』 <이영섭기자>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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