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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대한 작은 소망(박승서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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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대한 작은 소망(박승서 칼럼)

입력
199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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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비자금파동이나 5·18규명과 같은 전대미문의 대사건도 뒷전으로 밀리는 듯한 형국이다. 6·27지방선거에서 아픈 상처를 입은 여당은 실지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지리멸렬된 야당들은 제각기 승리자가 되겠다고 야단스럽다.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정당법에는 정당추천후보자의 추천이 민주적이어야 하고 그 지역당의 대의기관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되어 있건만 공천의 획득여부는 오로지 정당최고지도자의 심중에 달려 있다. 거기에는 실질적인 민주절차도 없고 공명성·공개성 대신에 정실성·은밀성이 지배하고 있다. 입후보자의 정당공천이 선출방식이 아니라 사실상 당의 당수에 의해 임명되는 것이니 선거의 출발점부터 이미 민주방식은 무너지고 그에 따라 부조리·불합리가 판을 치고 지역당원이나 대의원은 그저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 체질 속에서 민주적 공명선거란 연목구어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정당의 민주화 없이 정치의 민주화가 될 수 없다는 원초적 이치쯤 모를 사람이 없을 터인데도 우리의 정당운영은 이렇게 길들어져 왔으니 정치판의 군상이 유독 선거에서만은 페어플레이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걸 수는 없다. 이번 총선에서는 정당공천제도에 관한한 이미 때가 늦었고 이 상황에서나마 깨끗한 선거를 치러야 할 절대적 명제가 우리의 코 앞에 와 있다.

건국 초기에 선거의 경험이나 훈련 없이 고무신 한 켤레, 국밥 한 그릇에 선거권이 사고 팔리던 시대로부터 이미 48년이란 긴 세월이 흘렀고 부정선거로 혁명이 일어났던 귀한 교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지켜지지 않고 구박을 받는 법률을 꼽는다면 서슴지 않고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을 들게 될 것이다. 그 법의 적용대상인즉 주로 그 법의 입법자 자신들이다. 그들은 스스로 법을 만들어 놓고도 스스로 법을 파괴하고 있는 양상이다.

작년 지방선거에서는 지난 날처럼 악몽같은 투개표부정이나 관권개입은 없었다지만 돈 안쓰는 선거는 아니었다. 그 점에서는 구태의연했다 함이 정평이라 하니 이번 총선에서야말로 법이 엄숙하게 지켜지는 정직한 선거가 꼭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형 사건사고에 놀란 시민들은 총선을 전후하여 선거부정을 둘러싸고 다시 시끄러운 일이 터질 것만 같은 언짢은 예감에 사로 잡혀 세상을 두고 봐야 하겠다며 생업에 의욕을 잃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위정자나 정치지도자들에게 마땅히 이에 상응한 크고 작은 대책이 있어야 할 터이지만 우선 그 중 작은 일 몇 가지만이라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소망이다. 짧은 기간에 쉬운 일이 아니라 해도 먼저 타락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의식개혁이 앞서야 한다. 권력에 대한 동경과 애착이 강한 우리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선거전이란 출마자에게는 치열한 전쟁임이 현실이고 그들은 우선 승자가 되고 보아야 하며 그를 위해서는 방법을 가릴 겨를이 없다.

그러므로 깨끗한 선거의 보장은 입후보자가 아닌 유권자에게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출마자는 누구나 돈 안쓰고 당선되기를 희구하지만 유권자의 잘못 때문에 빚을 내서라도 돈을 뿌리고자 하고 공허한 약속을 남발하게 된다. 선거철만 되면 아무 죄의식 없이 부정하게 한 몫 보려는 무리, 이때를 놓칠세라 남의 돈으로 먹고 놀아보자는 지각 없는 일부 선거민들, 눈 앞에 베풀어야 편을 들어 주는 못난 선거권자를 일깨워주는 활동이 크게 일어나야 한다.

한편으로 선거관리기관이나 수사기관의 방향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선거부정의 단속이나 그 수사소추는 주로 입후보자와 그 주변에만 집중되어 왔다. 그들의 잘못을 처벌함으로써 일반경계의 실효를 거두겠다는 의도였을 것이다. 공무원의 뇌물죄는 그 불가매수성의 보장을 위해 제도적으로 뇌물을 받는 자를 엄벌하고 뇌물제공자에게는 관대하다.

그러나 선거법에서는 그 양자를 같은 수준에서 처벌토록 되어 있는데도 법운용의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무원에게 뇌물이나 이익을 제공하는 일과 권세있는 공무원이 되기 위해 제공하는 뇌물을 선거권자가 받는 일을 대비해 볼 때 공무원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이 당선되어 막강한 국가권력을 행사하게 된다면 오히려 후자인 유권자가 엄하게 다스려져야 할 일이다.

그러므로 이번 15대 국회의원총선에서는 공명선거를 위한 시민운동의 방향이나 관계당국의 단속, 수사의 방향을 보다 확대하여 이러한 일들이 소홀히 되지 아니하도록 힘써야 한다. 바른 선거야말로 이 땅에 정의를 살리고 앞날을 밝게 기약하는 계기가 됨을 우리는 새삼 자성하고 이를 향해 노력해야 할 시점에 서 있다.<변호사·전대한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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