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변명비칠땐 역효과 우려/재벌신문서 「대리효과」 기대도노태우전대통령측은 변호인반대신문을 거부, 검찰수사와 지난달 18일 1차공판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주장된 혐의를 반박하거나 최소한 부정축재를 했다는 오명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
그러나 노씨의 변호인인 김유후변호사는 공판에 대비해 3백여항의 신문사항을 마련해 가족측과 사전검토까지 마친 것으로 알려져 갑작스런 포기배경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재벌측 변호를 맡은 한 변호사도 『김변호사가 아침까지만 해도 반대신문을 진행할 의사를 보였다』고 말하며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노씨측이 검찰측의 공소내용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반대신문포기라는 카드를 내놓은 배경은 무엇일까.
노씨측은 우선 「무변론이 최상의 변호」라는 판단을 했을수 있다.
노씨변호인단이 재판부에 제출한 「반대신문을 하지 않는 사유」에서도 읽을 수 있듯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하나하나 반박하는 것이 구차스런 변명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부도덕성과 과거의 잘못된 통치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시점에서 장황한 답변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노씨는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떤 처벌도 감수할 것이며 처벌을 완화하기 위해 변명을 하지 않겠다』는 「사죄의 변」을 피력함으로써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한것 같다.
김변호사는 이와관련, 『대국민 성명과 구속당시 밝힌 내용이 더도 덜도 아닌 노전대통령의 솔직한 심정인데 왜 액면 그대로 믿어주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둘째는 굳이 노씨에 대한 반대신문을 하지 않아도 재벌총수들에 대한 반대신문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직접변론 이상의 효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이다.
노씨의 입을 통해 기업인들에게서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니라고 반박하지 않더라도 『오랜 관행에 따른 성금』이라는 재벌총수들의 진술이 재판부나 국민들에게 판단 근거가 될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신문을 하지 않는 사유」에서 자금의 성격에 대해 『당시의 정치적 관행에 따라 어떠한 이권이나 대가와 관계없이 기업인들의 성금으로 알고 마련한 통치자금』이라고 지금까지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노씨는 자신이 나서 『결코 뇌물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고 재벌들의 입을 통해 이를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신문 포기가 방어권의 완전한 포기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변호사는 『재판부가 앞으로 남은 재판에서 반대신문 기회를 주지 않더라도 최후변론에서 입장을 충분히 표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변경될 경우 적극적인 반론권을 행사할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반대신문포기는 검찰측의 공소내용에 대한 반론권이나 방어권의 완전한 포기가 아니라 여론과 노씨의 처지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적극적인 변호권의 행사라는 해설이 가능해진다.<김승일기자>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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