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피고인 36개 기업돈 수수 시인”/“비자금장부 출두직전에 파기 진술/「통치자금」 관행으로 생각했다 말해” 노태우전대통령 축재비리사건 2차 공판은 15일 상오 10시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 재판장인 형사합의 30부 김영일부장판사가 입정, 노피고인등 15명의 피고인들을 차례로 호명하면서 시작됐다. 피고인들이 피고인석에서 일어서자 재판부는 『변론을 속개합니다』고 선언하고 『전회의 검찰 모두 진술과 피고인들에 대한 직접 신문중에서 중심적인 내용을 요약해 말하겠다』고 밝힌뒤 노씨를 시작으로 15명의 피고인 신문내용에 대한 확인절차를 가졌다.노태우 피고인의 경우, 대통령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행하는 일들이 기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인했다. 또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방법으로 돈을 건네주었는지는 기억할 수 없지만 삼성 대우 동아등 36개 기업으로 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대체적으로 시인했다. 이와함께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준 돈의 액수는 기억할 수 없지만 (돈을) 준 사람들이 주었다고 하면 그 금액이 맞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배종렬피고인으로 부터 돈을 받았는지는 기억이 희미하고, 조기현피고인으로 부터 받은 80억원은 시주금 형식일 뿐 본인이 받은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또 비자금 장부가 있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됐지만 검찰 출두직전 이현우피고인과 함께 파기했다고 말했다. 기업인들이 준 돈은 당선축하금을 비롯, 선거에 임박해 보태쓰라고 준 돈과 추석·연말 등을 맞아 어려운 이웃들을 보살피라고 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 피고인이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상용차 사업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는 삼성의 역량이 그 사업을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삼성에 최종 낙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했다.
노씨는 그러나 대우와 동아가 진해 잠수함 기지 건설사업과 관련, 경쟁관계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한보가 돈을 갖다 준 것은 철강사업이 잘되기 때문에 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조기현 피고인의 회사인 청우종건의 락크공법이 상무대사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라는 직접적인 명령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에 관해 관심을 표명한 적은 있다고 진술했다.
노씨는 또 『법적 근거가 없는 통치자금을 받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검찰 신문에 대해 『관행이라고 생각했다』면서 92년 12월의 대선자금 사용과 관련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진술했다.
실명전환과 관련해서는 『대우 현대를 지목한 적은 없으며 금진호의원에게 알아보라고 지시한 적은 있다』면서 『한보로 부터 약속어음을 받은 적은 있지만 그것은 모두 파기했다』고 말했다.
이건희피고인의 경우 삼성이 대형 국책사업과 상용차 사업, 차세대 전투기 사업등에 도움을 받기 위해 (돈을) 갖다 준 것은 절대 아니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돈을 갖다 주는 것은 세금같은 성격이었으며, 기업경영에 부당한 손해를 안받도록 해 달라는 목적은 있었다고 진술했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은 이미 5공때 정해져 있었으며, 삼성그룹은 그룹 전통상 무엇을 바라고 돈을 갖다준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우중피고인의 경우 대통령의 통치과정에서 예산외의 항목으로 써야 할 돈이 많기 때문에 관례적으로 돈을 가져다 준 것이며 다른 기업들이 모두 갖다 주는데 유독 대우만 빠진다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진해 잠수함기지 공사와 관련해 동아건설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독대를 해 직소를 한 적은 있지만 이를 위해 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또 3백억원의 실명전환 관계는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원석 피고인의 경우 진해 잠수함기지 공사와 관련해 돈을 준 것은 아니지만 포괄적으로 동아그룹을 잘 봐달라는 취지는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현우경호실장에게 돈을 준 이유는 경호실장으로서 돈이 필요할 것 같아 건네준 것일 뿐 뇌물성이 아니라고 말했다.
장진호피고인의 경우 뇌물로 돈을 준 것은 아니라고 진술했으며, 이준용피고인의 경우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김준기피고인의 경우 선거때 돈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 갖다 준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건피고인의 경우 공소외 노재우를 통해 돈을 건넨 공소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이현우피고인의 경우 비자금을 관리해 오면서 4종류의 비자금 장부를 직접 파기한 것은 못봤지만 노피고인과 얘기한 뒤 노피고인이 2층 방으로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파기했다고 말한 사실은 있다고 진술했다. 또 스스로 기업을 선정해 연락한 적은 없으며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스스로 면담약속을 잡아달라고 연락해 와 약속을 잡아줬고 대통령이 돈을 주면 이를 은행에 입금시켜 관리해 왔다고 말했다. 이피고인은 또 최원석, 김석원피고인등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직원들 회식비에 보태쓰라』고 해 받은 것이며 뇌물 성격은 아니라고 진술했다.
금진호피고인의 경우 김용산극동그룹회장, 유각종석유개발공사 사장, 박용학대농그룹회장등의 대통령 면담을 주선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지정한 적은 없다고 말했으며, 실명제 위반과 관련해서는 공소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김종인피고인의 경우 『14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비용이 필요하다』는 노씨의 말에 따라 현재현동양그룹회장등 3명의 기업인에게 대통령 면담을 주선한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성금액수는 지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김피고인은 대통령에게 정경유착의 폐해에 관해 얘기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이원조피고인의 경우 장상태동국제강회장과의 면담을 주선한 사실은 시인하면서 구체적인 액수는 지정하지 않았지만 『다다익선 아니겠느냐』는 말은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경훈피고인의 경우 실명제 위반 사실을 대체적으로 시인했으며, 이태진피고인도 공소사실을 시인했다.
정태수피고인의 경우 아시안 게임 보고차 노씨와 면담을 가졌지만 돈을 건네준 것이 수서지구 특혜 분양과는 관련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실명제 위반 사실은 모두 시인했다.
재판장은 40여분에 걸쳐 15명의 피고인에 대한 1차 공판에서의 진술내용을 확인한 뒤 『피고인들의 진술은 속기사와 녹취를 통해 2차, 3차, 4차 심사를 거쳐 모두 빠짐없이 기록돼 있다』면서 『때문에 피고인들이 검찰신문에 불만을 가진 내용도 모두 공판기록에 있다』고 말했다.<6면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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