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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간사이 대지진 1년… 고베 현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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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간사이 대지진 1년… 고베 현지 르포

입력
199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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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시련은 있어도 인간의 절망은 없다”/힘찬 재건 망치질속 다시 활기/지하철 정상운행 도로·항만기능 회복/한신고속도로 복구도 10월 중순께 끝나고베(신호)가 살아나고 있다. 6,300여명의 목숨과 20조엔 상당의 공공·개인 재산을 앗아간 폐허의 거리에 자동차와 사람의 물결이 다시 넘치고 있다.

하버랜드나 인공섬 포트아일랜드의 항구는 선적과 하역 작업으로 분주하고 선착장은 승객들로 붐빈다. 중심가인 산노미야(삼궁)일대 유흥가도 밤새 흥청거린다. 간선도로변에서는 공사용 장막을 둘러친 채 건물재건 공사가 한창이다. 꼭 1년전인 지난해 1월 17일 발생한 리히터규모 7.2의 직하형 대지진으로 초토화한 도시라는 느낌이 좀처럼 들지 않는다.

일체의 교통수단이 끊겼던 당시와는 달리 시영 지하철과 한신(판신)전철, JR 고베선등이 정상운행되고 있어 이동에 아무런 불편이 없다. 고베와 오사카(대판)를 잇는 국도 43호선도 거의 복구됐다. 도로위를 지나는 한신(판신)고속도로(고가도로)의 재건공사때문에 8차선을 4차선으로 좁혀서 운행하고 있을 뿐이다. 뿌리뽑힌 나무처럼 옆으로 길게 누워버려 일본 안전신화의 붕괴를 상징했던 한신고속도로 재건공사도 10월 중순이면 끝난다.

철도와 도로 항만등의 복구작업 진척도는 전문가들도 놀랄만한 수준이다. 항만관계자들은 『예상보다 2개월가량 단축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7조엔을 물붓듯 쏟아부은 결과다.

가메다카 모토요시(구고소길) 고베철강 사장은 『지난해 4월 제 3고로에 재점화한 이래 지진이전의 생산수준을 회복했다』고 밝혔다. 2005년을 목표연도로 한 부흥계획인 「피닉스 효고(병고)」계획의 실무책임자 오하라 다케오(소원건남) 효고현 부흥총괄계획과장도 『항만기능은 지난해 8월 컨테이너선 접안이 재개된 것을 비롯 70%수준을 회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활기찬 부흥의 모습은 중심가 간선도로 주변에 국한돼 있었다. 뒷골목은 간사이(관서)대지진의 상처가 얼마나 깊고 큰 것인지를 증언한다. 파도치듯 일렁인 아스팔트를 급한대로 내리눌러 다져놓은 차도가 아물지 않은 상처로 남아 있다. 무너진 집들의 잔해가 드물지 않게 눈에 띄고 해체중인 건물들도 헤아릴 수 없다.시내와 외곽 곳곳에 건설된 4만8,000여채의 가설주택에서는 9만여명의 이재민들이 불편한 삶을 잇고 있다. 노인들이 혼자 죽어가는 「고독사」가 계속되면서 혼자 사는 노인이 있는 가설주택에는 「무사」라고 쓴 팻말이 걸리게 됐다. 상인들은 불타고 무너진 시장터에 가설점포를 내고 급한대로 장사에 나섰지만 매상이 지진전의 절반도 안된다.

대지진이 그렇다고 고통만을 남긴 것은 아니다. 「피닉스 효고」계획이 완료되면 고베는 미래형의 첨단도시로 거듭난다. 도로망이 그물처럼 정비되고 리히터규모 7의 강진에도 끄떡없는 내진 안전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지진전보다 훨씬 나은 도시가 된다는 기대가 현재의 고통을 잊게 해주는 것같다.

중앙정부는 물론 도쿄(동경)를 비롯한 각급 지방자치단체가 지진대책을 강화한 것도 간사이 대지진에서 배운 교훈때문이다. 정부는 내진설계기준 강화를 위한 법개정에 착수했고 철도회사와 도로관리공단등은 전국적인 구조물 보강작업을 벌이고 있다. 지진감시를 위한 예산과 연구비도 늘어났다.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정보체계의 정비에서 구급의료 및 교통대책에 이르기까지 전분야에 걸쳐 허점을 보완하는 작업이 진행중이다. 간사이 대지진은 일본의 안전신화 재건의 시금석으로 활용되고 있다.<고베=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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