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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목례나누며 미소 “여유”/법정주변 스케치­노씨 2차 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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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씨,목례나누며 미소 “여유”/법정주변 스케치­노씨 2차 공판

입력
199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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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회색수의… 옆사람과 대화도/사진촬영 극도로 제한 “과보호”2차공판이 열린 15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 주변에는 1차공판때와 마찬가지로 삼엄한 경비가 펼쳐진 가운데 긴장감이 감돌았다. 상오 10시부터 하오 7시30분께까지 9시간30여분동안 열린 이날 재판은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검찰은 변호인 반대신문이 끝난 직후 재판부가 보충신문을 하라고 주문하자 문영호대검중수부2과장은 자료가 미처 준비가 안된듯 『일단 오늘은 간략하게 진행하고 다음 기회에 제대로 하겠다』고 했다가 재판부가 『오늘도 시간이 충분하니 맘놓고 하라』고 되받자 멋적은 표정을 짓기도 했으며 방청석에선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보충신문에서 재벌기업인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례를 들면서 추궁했다. 김진태검사는 장진호진로그룹회장에게 『피고인은 검찰수사과정에서 충북 현도공단 이전사업과 관련해 선처를 부탁하며 노태우씨에게 돈을 줬다고 해 놓고 말이 왜 달라지느냐』고 추궁했다. 장회장이 『검찰에선 그렇게 얘기했지만 실제로 노씨와의 면담자리에서 특정사업 얘기를 한적이 없었던게 사실』이라고 하자 『재벌 회장들은 그렇게 같은 입으로 두말을 하는 사람들이냐』고 신랄하게 추궁했다. 재판부는 김검사의 추궁에 대해 「말이 너무 거칠고 재벌 총수들이 모두 매도당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속기록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했다.

재벌그룹 회장들은 검찰의 보충신문에 어눌한 답변으로 법정안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한보그룹 정태수총회장은 김진태검사가 『검찰에서 「세게 한번 베팅했다」고 말했는데 베팅이 도대체 뭐냐』고 묻자 『그런 말 한적 없다. 나는 영어를 모른다』고 큰 소리로 말해 법정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노씨는 재벌기업인들에 대한 검찰의 보충신문중 자신의 주장과 배치되는 진술이 나오자 피고인석 앞에 놓인 마이크를 잡고 발언을 하려다 김영일재판장이 『노태우피고인은 가만히 있으시오』라고 제지했다. 김재판장은 이후 검찰 보충신문이 끝날 즈음 노씨에게 『할말이 있으면 하라』고 발언기회를 주었다.

○…노씨는 상오 9시55분께 수감자들에게 일괄지급되는 상하 청회색 수의를 입고 입정했다. 다소 긴장되고 침통한 표정의 노씨는 재판장의 호명이 있자 곧바로 피고인석으로 들어와 앉으면서 옆과 뒤에 착석한 일부 재벌총수들에게 미소를 지으며 목례를 건넸고 총수들은 이에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하오 2시30분에 속개된 공판에 입정하면서 노씨는 자신이 들어서자 자리에서 일어선 금진호의원 김종인전경제수석에게 목례하고 자신의 왼쪽에 앉은 이건희삼성그룹회장과는 30여초간 대화를 나누는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피고인 15명은 피고인석 맨앞자리 오른쪽에 노씨가 자리잡고 왼쪽옆으로 이건희삼성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이 좌정했다. 바로 뒷줄에 최원석 동아 장진호 진로 이준용대림그룹회장등 3명이, 마지막줄에는 김준기동부그룹회장 이건대호건설대표 이현우전청와대경호실장 금진호의원 김종인전청와대경제수석, 이원조전의원 이경훈전대우회장 이태진전청와대경호실경리과장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등의 순으로 자리에 앉았다. 노씨는 하오 7시30분께 공판이 끝나자 김종인전경제수석 이원조전의원등 측근들 및 이건희 최원석 장진호 이준용회장등 재벌회장들과도 일일이 악수했다.

○…법원측은 이날 노씨는 물론 15명 피고인들에 대한 촬영을 극도로 제한해 『법원이 지나치게 자의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노씨를 태운 호송버스는 법원에 도착한뒤 곧바로 구치감으로 들어 가버려 기다리던 취재진들은 전혀 노씨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서울지법 주변에는 1차공판때와 마찬가지로 서울경찰청 소속 기동대병력 6개중대 7백20여명이 법원 주변에 배치돼 출입자들을 일일이 확인하는등 삼엄한 검색을 했다. AP AFP 로이터등 통신사, CNN NHK등 외국방송사 취재진도 상오 7시께부터 속속 도착해 자리를 잡고 취재에 열을 올렸다.

부정부패투쟁시민연합(공동대표 한완상·이세중) 회원 30여명은 상오 9시10분께 법원 정문 앞에서 노씨 부정부패 관련자에 대한 공정한 재판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홍준표변호사와 이문옥전감사관등도 이 시위에 참석했다.<박정철·박진용기자>

◎변호인 반대신문이란/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거나 정황제시

변호인 반대신문은 변호인들이 피고인들에게 유리한 증거나 정황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에반해 검찰의 주신문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를 위한 것이다.

주신문에서는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진술이 유도되지만 반대신문에서는 유리한 진술이 주로 유도된다. 변호인들은 반대신문에서 피고들에게 유리한 사실을 적시해가며 질문을 하고 피고인들은 『예』 또는 『아니오』라고 짤막하게 사실여부만을 답변한다.

형사재판은 ▲재판부 인정신문 ▲검찰 주신문(직접신문) ▲변호인 반대신문 ▲재판부 및 검찰,변호인 보충신문 ▲증거조사 ▲결심(구형) ▲피고인 최후진술 및 변호인 최후변론 ▲선고공판의 순으로 진행된다.

노태우씨 사건재판부는 지난해 12월18일의 1차 공판에서 인정신문과 검찰의 주신문을 마치고 15일에는 노씨가 자신에 대한 반대신문을 거부하는 바람에 재벌피고인들을 상대로한 변호인 반대신문만을 진행했다.

한편 재판부와 검찰,변호인등이 펼치는 보충신문은 주신문과 반대신문을 통해 현출되지 않은 미진한 부분을 확인하는 절차이다. 증거조사는 계좌추적 결과와 수사단계에서 확보된 관련자 진술을 증거로 인정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같은 과정이 끝나면 검찰은 피고인들에게 구형을 하게되고 최후진술과 최후변론을 끝으로 결심공판은 끝나며 재판부는 추후 기일을 정해 구형량과 심리결과를 토대로 최종 선고를 한다.<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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