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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준사람이 뇌물이라면 인정”/재판 지상중계:5/노씨 2차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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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준사람이 뇌물이라면 인정”/재판 지상중계:5/노씨 2차공판

입력
1996.0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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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측 현안 경호실장엔 지시안해/대통령이 모든것 결정할수는 없어/수서관련 베팅이란말 한 적 없어/검찰조사땐 마음대로하라던 심정 ―피고인은 유원건설 최효석회장과 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한 사실이있습니까.<8면서 계속> (이때 김진태검사가 이의를 제기했다)유원은 이피고인의 공소사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기업입니다. 변호인은 노피고인에게 물어야 할 것을 이피고인에게 대신 묻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피고인이 답해야 하는 것을 이피고인이 대답하고 있다고 생각하므로 이의를 제기합니다. 만약 변호인이 이런 신문방식을 바꾸지 않을 경우 신문사항에 대해 일일이 이의제기 하겠습니다.

(재판부)공소사실외의 신문에 대해서는 제한을 하겠습니다. 유의하십시오. 이런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신문사항을 재판전에 미리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영진건설로부터 받은 돈은 무슨 명목이었습니까.

『격려지원금 명목으로 알고 받았습니다』

―91년 5월과 12월 동아회장 최원석피고인으로부터 각각 5천만원과 6천만원씩을 받았다고 돼 있으나 당시는 최피고인과 면담이 없었던 시기이므로 사실과 다르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이때 김검사가 다시 이의제기했다)변호인의 신문과 피고인의 답변은 계속 중복되는 것입니다.

(재판부)그냥 계속하십시오.

―90년 12월 쌍용 김석원피고인으로부터 면담주선 사례로 2천만원을 받았다고 하는데 대기업 총수가 대통령을 면담할 경우에는 경호실장실에 들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경호실에 들르지 않습니다』

―피고인이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동화은행에 예치한 것은 사실이나 검찰 공소사실처럼 92년 7월에서 9월 사이에는 1천억원을 예치한 사실이 없으므로 이 기간동안의 예치로 인해 추가이자를 받았다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닙니까.

『추가이자에 대한 검찰측 공소사실은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피고인이 이자를 받았다는 시기는 당시 노피고인의 해외순방 시기였으므로 안영모 동화은행장을 만날 수조차 없었던 것 아닙니까.

『네, 만날 수조차 없었습니다』

―노씨와의 관계에 대해 항간에서의 소문처럼 소원하거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데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지요.

『그렇습니다. 민주당 박계동의원 폭로 직후인 95년 10월20일 노씨 자택으로 찾아가 확인한 후 신한은행 서소문 지점 계좌 3개가 모두 맞아 향후 대책을 논의했으며 비자금 장부폐기는 내가 먼저 제의해 장부의 겉장을 뜯어내고 노피고인이 내용물을 파기한 것입니다. 노피고인 지시에 따라 검찰에 출두한 이후 다시 연희동을 찾지 않은 것은 보도진들을 피해 수차례의 전화통화로 향후 대책을 논의해왔기 때문이지 이번 사건을 전후해 대통령과 멀어진 것은 전혀 아닙니다』

▷검찰측 보충신문◁

변호인 반대신문이 끝난 직후 재판부가 검찰측에 『피고인을 상대로 보충신문할 사항이 있으면 하라』고 지시하자 검찰측은 보충신문 자료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잠시 당황한 표정이었다. 문영호대검중수부2과장은 『일단 오늘은 간략하게 진행하고 다음 기회에 제대로 하겠다』고 대응했으나 재판부가 『오늘도 시간이 충분하니 맘놓고 하라』고 되받자 결국 반대신문 조서없이 변호인의 신문내용을 적은 메모지만 보며 보충신문을 진행했다.

―(문영호검사가 노피고인에게)반대신문을 포기하겠다는 취지는 일단 받은 돈이 뇌물이 아니라는 취지입니까.

『내 심정은 이미 여러차례 밝혔습니다. 모두가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 재판을 통해 사실과 진실이 밝혀져 재판부가 정확한 판단을 내려줄 것입니다. 나는 추호도 뇌물성 자금을 받은 적이 없고 모두 성금으로 받은 것입니다. 준 사람이 뇌물이라고 말했다면 인정하겠습니다』

―그렇다면 88년 취임당시 「국민은 정직하고 진실한 대통령과 사회지도층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정직하고 진실하다고 말한 것이 지금처럼 분명한 뇌물을 성금으로 포장하면 깨끗해진다는 뜻입니까.

『아무튼 뇌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삼성 이회장은 면담을 하면서 「우리경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사회간접자본 투자라고 역설했을 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진술했는데 이는 뇌물에만 관심이 있고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는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닙니까.

『내가 역대 대통령 가운데 사회간접자본에는 가장 많이 투자한 사람입니다』

―미원그룹 림창욱회장은 20억원을 주머니에 넣고 상춘재에서 피고인을 기다리면서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평가할 가치도 없는 말입니다』

―한보 정회장은 「기업하는 사람이 돈이 남아돌아 대통령에게 돈을 주느냐」 「대통령을 만나면 행정부서에서 알아서 모시고 절차상 편의를 봐주기 때문에 주는 것」이라고 진술했는데 당시 돈을 받은 뒤 행정부처에 편의제공 등을 지시한 것이 아닙니까.

『원활한 행정수행 지시는 수도없이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돈을 받고 특정기업을 봐주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습니다』

―동아그룹 최원석회장은 「87년 대선당시 앞으로 기업의 돈을 받지 않겠다고 피고인이 공언해 안심했다가 청와대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실망뿐아니라 배신감까지 느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분은 정반대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피고인이 기업인과 독대후 해당기업의 당면현안을 검토하도록 이현우피고인에게 지시했다고 하는데요.

『기업과 경제문제는 경제수석에게 지시하지 경호실장에게는 지시하지 않습니다』

―이현우피고인은 군출신이기 때문에 군발주공사와 관련한 검토지시를 수차례 받았다고 진술했는데요.

『그런 기억은 없지만 한가지는 기억이 납니다. 상무대 이전공사와 관련해 청우종합건설 조기현회장에게 공사를 주도록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적은 있습니다. 이는 당시 조계종 서의현총무원장이 청우의 라크공법을 사용하면 예산도 절약되고 대불공사와 관련해 시주도 받을 수 있다는 조언에 따른 것입니다』

―청우의 라크공법을 상무대 이외에 다른 대형공사에 활용해보도록 이현우실장에게 지시한 적이 있습니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시 피고인이 이실장에게 건넨 조회장의 명함에는 피고인이 친필로 「라크 특허공법」이라고 쓰면서까지 지시했다는데 그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현우피고인은 피고인의 모친이 불자이기 때문에 시주를 약속한 청우 조회장을 도와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진술했는데요.

『그같은 추정은 비약입니다』

이어 김진태검사가 삼성 이건희회장에 대한 보충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조사에서는 이종기씨와 사전에 상의한 뒤 노씨에게 돈을 제공토록 지시했다고 진술했는데 반대신문에서는 이를 부인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시에는 사건자체가 중요하지 않다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고 본인이 재판에까지 회부될지 모르고 검사가 원하는대로 진술한 것입니다』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검사의 주문대로 진술했다고 했는데 검사가 어떤 주문을 했는지 말해주십시오.

『주문한 사실은 없고 반대신문에서도 주문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6공정부에 뇌물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상용차 사업과 차세대 전투기 사업과 관련해서도 전혀 로비를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 않았습니다』

김검사는 이어 대우 김우중회장에 대한 보충신문을 진행했다.

―검찰에서는 진해 잠수함기지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대통령에게 거칠게 항의했다고 진술했다가 반대신문에서는 업계의 관행대로 선정됐다고 진술을 번복했는데 어느 것이 맞는 것입니까.

『당시에는 너무 피곤해 분명한 계기가 있었는 데도 기억이 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하니 당시 선거를 앞두고 선거자금으로 쓰라는 취지였지 특혜를 바라거나 로비명목으로 돈을 건넨 것은 절대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어 검찰은 동아 최원석회장, 동부 김준기회장, 진로 장진호회장, (주)대우 이경훈전회장에 대해 차례로 보충신문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변호인 반대신문 내용과 같이 뇌물성을 정면 부인하거나 일부는 포괄적 의미의 뇌물성 자금이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대한민국의 재벌총수들은 한 입으로 두 말을 하느냐』 『검찰에서 순진무구하게 진술했다가 변호인에 의해 새빨간 거짓말쟁이로 변한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등의 발언을 하다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이어 한보 정태수총회장에 대한 신문을 진행했다.

―(김진태검사)정피고인은 검찰이 자금추적한 결과 90년 11월28일 1백억원을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으나 변호인 반대신문에서는 86년 아시안게임 당시라고 주장했는데 어떤 것이 맞습니까.

『아시안게임 당시가 맞습니다』

―은행전표를 보면 분명히 인출한 사실이 나오는데 왜 계속 부인합니까.

『(갑자기 격앙된 어조로) 이틀밤을 꼬박 새우며 조사를 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 「마음대로 하라」는 심정으로 말한 것입니다. 지금까지도 정신이 없어요(방청객 웃음)』

―검찰조사 당시 1백억원이 수서택지분양 청탁과 관련, 인출됐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목적이 있긴 뭐가 있습니까. 단지 (검찰이 수서사건을 떠올리면 인출사실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말했을 뿐입니다』

―그러면 당시 「수서건에 베팅했다」는 말은 한적이 없습니까.

『말한 적 없습니다. 난 지금도 베팅(BETTING)이라는 영어 단어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이태진피고인에게 묻겠습니다. 이피고인의 경우도 차명예금계좌를 실명으로 전환한 사실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 사실을 부인했습니까.

『제가 직접 인출한 적이 없어 사실은 사실대로 말해야겠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 것 뿐입니다』

이때 김재판장이 노태우피고인을 향해 『노피고인, 하실 말씀 있으면 하십시오』라고 노씨에게 진술기회를 주자 노씨는 『감사합니다. 말씀을 드리고 싶지 않지만 재판장님을 위시한 만장하신 여러분,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안고 이렇게 앉아 있지만 이런 말씀은 조금 생각해 주었으면 합니다. 검사들이 자꾸 (국책건설) 공사에 대해 대통령이 결정한다고 말하고 있는데 대통령이 전부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갑자기 격한 어조로) 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도 인간인 만큼 공사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는 있으나 공사 모두는 발주처에서 정하는 것입니다. 전부 다 대통령이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대통령이 모두 다 한다는 식의 발언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마무리한 뒤 삼성그룹 이건희회장등의 변호인과 검찰이 신청한 이종기씨 등 11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이어 『검찰과 변호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 가운데 돈이 건너간 명목과 시점에 대해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책건설 공사가 언제, 어떻게 진행됐는지 여부와 관련해 문서를 제출해 사실인정에 도움이 되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공소장에 「경제정책, 세제금융에 불이익이 없도록 기대하면서」라고 언급돼 있는데 「기대하면서」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검찰측은 다음 기일까지 정확하게 해달라』고 덧붙였다.

노씨의 변호인인 김유후변호사도 공소장에 기재된 「기대하면서」와 한일그룹 김중원회장이 88년 8월부터 92년 9월까지 5년간 상속재산과 관련해 집안다툼을 해명하기 위해 뇌물을 건네줬다고 하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검찰에 석명을 요구했다.

또 금진호의원 및 이원조전의원의 변호인인 손진곤변호사도 공소장에 기재돼 있는 「최소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해달라며」의 정확한 의미를 석명해줄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이 한정된 시간내에 진행되어야 하는 만큼 다음 기일에 모든 증인들이 나와 증언을 할 수 있도록 검찰과 변호인측은 유의해달라』며 『특히 일부 변호인들은 재판장의 제지에도 불구, 고집을 부리면서 부적합한 내용을 신문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음 기일부터는 이같은 행위에 대해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29일 상오 10시로 정한 뒤 하오 7시25분께 재판을 종료했다.<정리=김승일·황상진·이영섭·박정철기자>

□노태우씨 사건 일지

◇95년 10월

▲19일 박계동의원, 대정부질문서 노전대통령 비자금 4,000억원보유설 폭로.

▲22일 이현우전청와대경호실장 검찰출두.

▲27일 노씨 사과성명, 통치자금 5,000억원 조성, 잔액 1,700억원 발표.

◇11월

▲1일 노씨 1차 검찰소환.

▲6일 스위스정부에 노씨 비밀계좌유무 확인요청.

▲16일 노씨 2,358억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17일 이현우씨 26억5,000만원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25일 김영삼대통령, 5·18특별법제정 발표.

▲30일 검찰 12·12와 5·18특별수사본부 발족.

◇12월

▲2일 전두환전대통령 검찰조사불응 성명발표.

▲3일 전씨 구속.

▲5일 노씨 및 관련 기업인등 14명 중간수사결과 발표 및 기소.

▲13일 김종휘전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뇌물수수혐의로 구속.

▲15일 헌법재판소, 5·18헌법소원 종료결정.

▲18일 노씨 비자금관련 첫공판.

▲21일 노씨 반란중요임무종사등 혐의 추가기소. 전씨 반란수괴혐의등으로 기소.

◇96년 1월

▲12일 전씨 뇌물수수혐의 추가기소.

▲15일 노씨 비자금관련 2차공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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