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제공은 관행 따른 것” 방어전략/“전씨수뢰기소 악재될까” 긴장도노태우전대통령 비자금사건으로 기소된 일부 대기업들은 15일로 다가온 2차공판준비에 바쁜 주말과 휴일을 보냈다. 대폭적인 인사와 경영혁신, 사업계획수립등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작업으로 숨가쁜 연말연초를 보냈던 재계는 총수들의 법정출두라는 어쩔 수 없는 현실앞에 다시 긴장하는 모습이다.
재계는 특히 공판을 불과 3일 남겨둔 12일 전두환전대통령 비자금조성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동안 비자금연루기업들이 기소유예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사면될 것이라는 설이 돌 정도로 낙관론이 팽배했던게 사실. 그러나 구본영청와대경제수석등 경제팀과 전경련회장단간의 간담회에서 김영삼대통령의 재계총수회동의사가 전해진 이후 다소 들떴던 분위기는 전씨비자금 조사발표를 고비로 반전됐다. 「재계껴안기」와 「재판」은 별개의 함수관계일지 모른다는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해당기업들은 비서실 기획실과 법무팀을 중심으로 전씨 비자금수사 발표이후의 여론의 향배를 가늠하면서 검찰의 움직임과 다른 기업들의 대응책을 알아보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또 변호인단의 변론중심으로 진행되는 2차공판을 맞아 변호인단들은 1차 공판당시의 총수들의 진술을 뒷받침할 논리적 근거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역대정권의 관행에 따라 돈을 갖다줬을 뿐 특혜나 이권을 바란 것은 아니라는 상황논리에 역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삼성그룹은 이번 재판에서 총수가 처음으로 피고인이 된 만큼 1차 공판에 이어 2차 공판에서도 전혀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당사자인 이건희회장이 지난 연말부터 한남동 자택에 칩거중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룹 전체도 다소 침체된 분위기에 빠진 상태. 최근 이회장은 전경련회장단회의 및 경제팀과의 간담회에도 선약을 이유로 불참하는등 공식활동을 자제해 왔다.
김우중회장과 이경훈 전비서실회장이 기소된 대우그룹은 김회장이 13일 폴란드등 동유럽 5개국순방을 마치고 귀국함에 따라 공판을 앞둔 최종점검에 박차를 가했다. 한 관계자는 『혹시 전씨 비자금파문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해외사업이 많은 대우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이미지실추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동아 대림 동부 진로그룹은 사법부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정부와 재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경제적 어려움이 산적한 현실을 들어 조심스럽게 낙관론에 기대를 거는 모습.
한편 정태수한보그룹총회장은 불구속기소된 다른 총수들과는 달리 구속됐다가 건강악화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가료중이다. 한 관계자는 『총회장의 건강이 악화돼 정보근부회장의 승계를 내부적으로 고려할 정도』라며 『형평의 원칙에 따라 다른 그룹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말이 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이재열기자>이재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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