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공직자 가운데 지방의회의원이 12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방의원으로 당선된지 1년은 커녕 불과 6개월만에 총선에 나서겠다고 의원직을 버리는 것은 유권자인 지역주민들과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모욕행위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물론 국민은 누구나 헌법에 참정권이, 통합선거법에는 각급선거에 나설 수 있는 피선거권이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지방의원들이 사퇴하고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문제는 정치도의와 공도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점이다.
원래 지방자치를 풀뿌리민주주의라고 하는 말처럼 지방의회는 기초 민주주의의 훈련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지방의원에서 시작, 광역의원 또는 단체장등을 거치면서 의회정치와 민주주의의 훈련을 쌓고 국회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돌이켜보면 건국이래 모든 분야가 괄목할 만한 발전을 했음에도 유독 정치만이 반칙과 파행을 수시로 노출하면서 전근대적인 양태를 보이고 있음은 오랫동안 민주훈련과정인 지방자치가 실시되지 않아 저마다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회진출을 기도함으로써 정치를 저질화시킨 탓도 있을 것이다. 선진국 상·하원의원들중에는 지방의회출신들이 많으며 그들은 그러한 경력을 매우 자랑하고 있고 유권자들도 안심하고 뽑아주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지방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부당한 점은 뚜렷하다. 첫째는 당선된 지 1년도 안되어 사퇴한다는 것은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위반한 것이다. 지방선거때는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사퇴한 것은 결국 총선출마를 위해 「경력」을 추가하겠다는 속셈이 아닌가. 둘째는 사퇴로 인해 유권자―국민에게 금전적 손실을 끼친 것이다. 사퇴로 보궐선거를 해야 하며 선거비용은 국민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셋째는 이제 시작한 지방자치정신을 스스로 짓밟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장차 중앙정계에 진출하려는 지방의원들은 적어도 2∼3기의 임기를 거쳐 경험과 경륜을 쌓은 뒤 나서는 자세를 갖춰야 할 것이다.
이처럼 지방의원들이 당선 몇달만에 사퇴, 총선에 나서는 것은 우리의 선거제도에도 원인이 있다. 대통령―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과 의원선거를 동시에 실시할 경우 비용절감도 그렇고 이번같은 무책임한 행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선거법에서도 적어도 임기 2년이전에 선거에 나서기 위해 사퇴할 경우 앞서의 선거비용을 추가부담시키는 법적 장치도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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