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경제상황 나쁘지 않다 정치사회적 안정이 관건”/설비투자 작년 못미쳐도 호조세·수출 18%대 증가/양극화현상 갈수록 심화 근본해결책 필요 공감대경기 연착륙은 가능한가. 93년초를 밑바닥으로 해서 확장국면에 돌입했던 경기는 지난해말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고 있어 정부는 올해 경제운영의 핵심으로 경기 연착륙 유도를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외 분위기는 만만치 않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나라밖에서는 달러화 환율급등(엔화 약세), 원자재값 상승, 국제금리 강세 등 「신3고」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안에서는 비자금파문 등으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움츠러든데다 선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도 국민은 경기가 비자금파문이후 크게 침체했으며 앞으로도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8일 올해 처음 재정경제원을 비롯해 전경련 대한상의 무역협회 기협중앙회 등 경제4단체,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노동연구원 국토개발연구원 등 연구기관, 중소기업은행 등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한 「경기점검 회의」를 열었다. 재계와 연구기관 금융기관 등의 현장의견을 듣자는 것이었다.
『올해 경제상황은 예상보다 좋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수출 노사관계 등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여 객관적인 여건을 보면 경기 연착륙이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정치·사회적인 안정이다』
이날 회의의 결론이다. 이 자리에서 「원래 엄살을 떨게 마련인」업계가 올해 경제상황에 대해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현 경제규모 등으로 볼때 쉽사리 내려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전경련은 올해 기업의 설비투자수준이 지난해에 비해 2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40%에 가까운 지난해 설비투자증가율에 비해서는 낮지만 지난해 증가율이 높은 이유중의 하나는 94년이 워낙 낮았기 때문이어서 20% 정도도 무척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급등에 대한 반락이지, 급락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산업용 전자부분이 호조를 보일 것으로 내다 봤다.
수출에 대해서도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말 수출증가율이 30%대에서 6%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수출목표를 12월중순께 이미 달성했을뿐 아니라 자금사정도 좋아 밀어내기식 수출을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증가율이 일반적인 예상인 14∼15%를 넘어 18%대까지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사관계는 민노총의 출범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분규는 없을 것이며 건설경기도 올 하반기부터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노동연구원과 국토개발연구원은 예상했다. 다만 공공부문의 노사관계는 예년에 비해 다소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계가 최근 비자금파문 등으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것뿐이지 경제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재경원은 풀이하고 있다.
다만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과의 문제뿐 아니라 중소기업내에서의 양극화현상도 갈수록 심화할 것이며 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근본적인 해결책을 시간을 갖고 마련해야 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사양산업인 경공업을 영위하는 중소기업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끌고 가느냐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날 회의 분위기는 다분히 정치적인 사건이 예전처럼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듯했다. 하지만 이는 경제계의 「희망사항」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한 관계자는 풀이했다.
구본영청와대경제수석이 이례적으로 전경련모임에 참석해 김영삼대통령이 재계총수들을 만날 것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이나 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장관과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 등이 기업 추스르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이상호기자>이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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