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게이트」 미 대선정국 강타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92년 대선 당시 흥미있는 구호를 하나 내걸었다. 『한개 값에 2개를 가져가십시오』 슈퍼마켓 광고에서 따온 이 구호는 『유권자들이 나를 대통령으로 뽑게 되면 나처럼 유능한 또 한사람(힐러리)을 공짜로 백악관에서 일하게 만드는 셈이니 이익이 된다』는 의미였다. 당시 클린턴에게 힐러리는 커다란 정치적 자산이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힐러리는 클린턴에게 오히려 「마이너스」요인으로 다가오고 있다. 화이트워터, 트래블 게이트, 빈센트 포스터 전백악관 법률고문과의 염문설, 클린턴과의 부부싸움설 등 끊임없이 나도는 온갖 소문과 추문의 한가운데 힐러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힐러리를 둘러싼 여러갈래 의혹은 올 11월 대선을 앞둔 공화당의 정략적 공세와 관련문서의 추가발견 등으로 증폭돼가고 있다. 힐러리의 곤경은 무엇보다도 그가 국가정책이나 백악관 인사문제에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일반적 인식에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힐러리는 야당의 끈질긴 공세에도 불구하고 아직 추락할 단계에까지 와 있지는 않다. 공화당측도 40차례가 넘는 청문회를 열었지만 힐러리의 해명을 뒤집을만한 결정적인 증거확보에는 실패했다.
11월 미대선향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힐러리 게이트」를 정리해본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워싱턴=이상석특파원>
◎트래블게이트/측근일자리 위해 대량해고/힐러리부인불구 개입메모 드러나/공화 “흠집내기 최대호재” 대공세
93년 5월 백악관 여행국직원들이 해고된 게 힐러리의 「입김」때문이었는지가 이 스캔들의 최대 쟁점이다. 공화당측은 힐러리가 92년 대선때 클린턴을 도운 측근들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주기위해 여행국 직원들의 대량해고를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데이비드 와킨슨 전백악관비서실 행정담당국장은 자신이 당시 『영부인의 뜻에 부합되는 (여행국 직원해고) 조치가 취해지지않는다면 불호령이 떨어질 것』이라고 기록한 메모를 최근 공개, 힐러리를 난처하게 했다.
힐러리는 『백악관 인사문제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내린 적이 없으며 인사 결정권자에게 지시를 내린 일도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힐러리는 오히려 「트래블게이트」가 공화당의 「백악관 흠집내기」공세라고 판단, 대통령 법률자문에 적극적인 맞대응을 지시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물론 클린턴도 힐러리 변호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최근 ABC TV와의 인터뷰에서는 『힐러리가 (백악관의)재정 운영문제에 관해 관심을 표명해왔다』고 여운을 남겼다.
◎화이트워터/주지사시절 특혜제공 시비/“관련서류 폐기하라” 지시 의혹/법률고문 자살뒤 서류은폐시도
아칸소주지사시절 클린턴 부부가 부동산개발회사인 화이트워터사를 통해 부동산투자를 하면서 회사에 특혜를 주었다는 내용의 이 스캔들도 점차 초점이 힐러리의 역할에 맞춰지고 있다. 93년 11월5일 이 사건과 관련한 백악관대책회의 내용을 기록한 「케네디 메모」내용중 『로즈법률회사의 화이트워터 개발회사 관련문서를 진공청소하라』는 대목이 있기 때문. 미언론들은 로즈법률회사의 경영주가 힐러리였음을 상기시키면서 『그에게 뭔가 찜찜한 구석이 있으니까 백악관회의에서 관련자료의 폐기를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힐러리는 클린턴의 친구였던 전백악관법률고문 빈센트 포스터가 의문의 자살을 한 뒤 그의 방에 있던 이 사건 관련자료를 은폐하도록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보도한 바 있다.
힐러리는 이에대해 『내 역할은 언제나 미미했다. 화이트워터의 투자주인 매디슨신용금고의 법률자문을 로즈법률회사가 담당했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관여했을 뿐』이라면서 『상원청문회에서 증언할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저서대필 논란/자작확인 불구 “부정직” 몰려/“주변도움 받은 사실 일절 안밝혔다”/언론 “거짓말쟁이” 비난겹쳐 더 궁지
힐러리는 설상가상으로 최근 출간된 저서마저 대필의혹에 휘말려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 NBC방송 등은 10일 출간된 힐러리의 청소년 교육서 「어린이는 동네가 키운다」가 사실은 조지타운대학 바버라 파인먼교수를 시켜 대필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같은 논란은 뉴욕타임스가 힐러리를 「타고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지 하룻만에 나온 것이어서 백악관측을 한층 당혹시켰다. 이에 백악관은 힐러리의 육필원고가 나뒹구는 그의 서재를 공개하는 등 신속히 부인했다.
언론들의 조사결과 문제의 신간은 힐러리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는 8개월의 작업끝에 청소년의 교육 의료 복지 등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담은 320쪽짜리 신간을 펴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변의 도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었다.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파인먼교수로 그는 지난해 봄 출판사인 사이먼 앤드 셔스터의 부탁을 받고 힐러리를 인터뷰한 뒤 신간의 골격을 짰다. 힐러리의 연설문작성 담당인 리자 머스캐틴과 비서실장 매기 윌리엄스도 신간 준비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힐러리는 이 책에서 도움을 받은 사실을 일절 언급하지 않아 대필은 아니더라도 솔직하지 못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게 됐다.
◎클린턴언론 4년전 대결 재연조짐/NYT지 사파이어 “힐러리 타고난 거짓말쟁이” 직격탄/클린턴 “대통령 아니었다면 코뼈를 부러뜨렸을것” 발끈
빌 클린턴 대통령 부부는 대통령선거라는 대사를 앞두고 또 다시 미언론들과 정면대결을 벌일 조짐이다.
4년전 클린턴 후보의 혼외정사와 병역기피 문제 등을 물고 늘어졌던 언론이 이번에는 부인 힐러리의 월권과 거짓말에 이빨을 들이대고 있기때문이다.
92년 미언론은 뉴햄프셔 예비선거 직전 클린턴과 나이트클럽 가수인 제니퍼 플라워스의 혼외정사를 대서특필, 상종가였던 클린턴의 인기를 폭락시켰다. 언론들은 또 집요한 추궁끝에 클린턴이 영국 유학시절 마리화나를 피운 적이 있다고 실토토록 만들었으며 월스트리트 저널은 월남전 징집을 기피했다고 보도, 치명상을 입혔다.
4년이 흐르고 다시 대선을 앞둔 지금 미 언론은 백악관 안주인의 정직성을 문제삼고 나왔다. 압권은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윌리엄 사파이어가 힐러리를 「타고난 거짓말쟁이」라고 쏘아붙인 것이다.
이에 격분한 클린턴 대통령이 『(대통령이 아니었으면)코뼈를 부러뜨렸을 것』이라고 하자 사파이어는 다음날 「손찌검쟁이 대통령」이라고 응수했다.
지난 대선에서 CBS 방송의 「60분」에 출연, 난국을 돌파했던 클린턴 부부는 이번에도 언론과의 싸움에서 언론을 적극 이용하는 이이제이전략을 사용하고 있어 최종승부가 주목된다.<이상원기자>이상원기자>
◎“부부싸움중 램프 던진적 없다”/“행패 부리는 힐러리” 보도반박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는 12일 미 ABC TV의 대담프로인 「20/20」에 출연, 대통령취임초기 자신이 부부싸움도중 클린턴에게 램프를 던졌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힐러리는 대담진행자인 바버라 월터스가 「램프투척 사건」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램프는 물론 성경책도 던진 적이 없다』며 『내가 만약 그런 행동을 했다면 당신이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이번주초 같은 프로에 출연, 『나도 팔힘이 세다』며 힐러리가 램프를 던지는 등 행패를 부렸다는 보도를 부인했다.
이와 관련, 램프투척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을 당시 백악관 비서실 행정담당 국장이었던 데이비드 와킨슨은 부부싸움 얘기를 언론에 제보한 경호원에 대한 인사조치를 미루다 힐러리에게 혼쭐이 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윤순환기자>윤순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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