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가수들의 자살 자해등이 하나의 신드롬처럼 번지고 있다. 인기댄스 그룹 「룰라」의 리더 이상민씨가 11일 밤 표절시비에 휘말린 것을 비관, 자살을 기도한데 이어 룰라가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이씨의 자살기도는 인기가수 김성재 서지원 김광석을 잃은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어졌다는 점에서 충격이 크기만 하다.두달 사이에 4명의 인기가수가 이유야 어떻든 연이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이를 시도하고 불행을 당한 것은 가요사에 없던 일이다. 여기에 이들을 좋아하던 인천의 한 여중생이 뒤를 따름에 따라 한때 일본이나 미국의 팝계를 뒤흔들던 연예인의 연속자살과 팬들의 추종자살 열병에 우리도 전염된 것이 아닌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의 자살등엔 차이는 있지만 인기유지 및 상실에 대한 심리적 압박이 큰 작용을 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상업주의가 만들어낸 화려한 인기를 부나비처럼 추종, 이를 잃을까 항상 전전긍긍하고 거품같은 인기가 사라지면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것이 가요계의 현실이다. 대부분 10대에 데뷔, 성취감에 젖었다가 인기의 하락으로 상실감에 빠지면 스스로 안정시킬 수 있는 능력이 결여돼 술이나 약물등에 몸을 맡겨 버리거나 자살을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 가요계는 가수가 천성에 의해 탄생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소질을 따지지 않고 상업주의가 연예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동경하는 청소년들을 가수라는 이름으로 끌어들인다.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다. 6개월을 넘지 못하는 가수가 대부분이고 큰 무대에 세울 수 있는 가창력 있는 대형가수가 나오지 않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이는 우리 가요계의 가장 큰 숙제다.
우리나라 음반 및 비디오물 산업도 94년 매출액 기준으로 2천5백억원 규모를 넘어섰다. 일본 미국에 비한다면 아직 영세하지만 산업으로서의 기틀을 다졌다고 할 것이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처럼 3백만장 가까이 판이 팔려 나가는 시대에 가수 선발과 육성 및 인기관리를 주먹구구식으로 할 수는 없다. 체계적으로 할 때가 됐다.
가수들도 데뷔해 인기를 얻고 팬이 생기면 「공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몸가짐 하나하나에 환호하는 팬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행동을 가볍게 할 수 없다. 팬들이 추종자살이라도 한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지겠는가.
팬들도 항상 인기를 둘러싼 살벌한 경쟁으로 자칫 고독감이나 상실감에 빠지기 쉬운 가수들을 격려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무엇보다 생활인으로서 이해하고 감싸주는 것이 가요계의 불행을 막고 발전을 돕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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