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31일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는 전년에 이어 두번째 제야음악회가 열렸다. 지휘자 금난새씨의 진행으로 밤 10시에 시작된 연주회 도중 금씨는 2층에 앉아 있던 김영수문화체육부장관을 청중에게 소개하면서 『체육인들은 장관님을 문화체육부장관님이라고 부르지만 나는 문화체육부장관님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했다. 문화, 체육, 관광등 3가지 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체육부에 대한 문화인들의 불만을 대변하는 듯한 말이었다.문화예술인들은 지금의 문화행정과 정부직제에 대해 불만과 부족감을 토로하고 있다. 93년 2월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문화부와 체육청소년부가 통합돼 문화체육부가 발족된뒤 문체부는 문화업무와 체육업무를 다루게 됐고 95년부터는 관광업무까지 관장하게 됐다. 문체부장관은 어느 장관보다 더 바쁜 국무위원이 됐으며 문체부의 정체성에 관한 우려의 여론이 일게 됐다. 각종 행사에 참석하느라 영일이 없었던 주돈식전문체부장관은 『체육행사에 가면 「체육부장관님 오셨다」고 반기고 문화예술인들을 만나면 「문화부장관님 오셨다」고 한다』는 말을 한 적도 있다.
지난해 가을 행정고시 수석합격자가 문체부 수습사무관으로 들어오자 문체부는 문체부의 위상이 높아진 증거라고 반가워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했었다. 문체부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며 공무원들의 정책개발·연구가 활발한 것도 사실이다. 문체부직원들의 연구모임인 예술행정연구회는 93년 11월 「예술경제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냈었다. 또 토요공부모임이 운영돼왔고 최근엔 사무관 이상의 간부 13명이 각종 정책진단을 토대로 21세기의 투자방향을 제시한 「문화대국으로 가는 길」이라는 책을 선보였다. 그 책에 실린 「정부편제에서부터 문화를 소중하게」라는 글은 『이제야 비로소 명실공히 문화와 체육과 관광이 한데 접목돼 효율성,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졌다』고 문화와 체육, 관광이 통합된 조직의 장점을 주장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겠지만 그 주장은 아전인수가 심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렇게 바람직한 조직을 갖추었는데도 왜 문화인들은 문화인들대로, 체육인들은 체육인들대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일까.
이제 문화는 토지, 노동, 자본, 경영에 이어 제5의 생산요소로 꼽힌다. 또 21세기의 무형적 사회간접자본이며 첨단과학기술과 함께 경제발전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불린다. 정부도 기회있을 때마다 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21세기는 문화전쟁시대이며 문화를 올바로 육성해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무역의 날 행사표어는 「세계로, 문화로」였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일반인들의 문화의 중요성과 효용성에 대한 인식도 그만큼 높아진 셈이다.
그러나 인식만 높아졌을뿐 21세기를 대비한 정부의 구체적 문화경영의지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처럼 「한 지붕 세 가족」의 동거형태를 유지하면서 제대로 문화경영을 할 수 있을까. 중소기업청도 만들기로 했으니 이제 그토록 중요하다는 문화업무를 활성화하기 위해 문체부직제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임 김장관은 「발상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정부직제에 관한 발상을 바꾸도록 촉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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