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법 상습위반 「악덕업체」 사법제재 방침/「규제의 온상」 금융부문 공정거래법 적용확대/재벌의 중기업종 침투수단 위장계열사 적발공정거래위원회가 12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 즉 경쟁정책의 초점은 ▲경제력집중 억제강화 ▲중소기업보호 ▲국민실생활 전반에 퍼진 불공정관행의 척결등 세가지 갈래로 모아진다. 공정위는 『규제완화 및 민간주도형 경제로의 구조조정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불공정관행을 척결하고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는데 역점을 두었다』고 밝혔다.
우선 다른 경제정책처럼 경쟁정책도 올해엔 중소기업보호에 많은 무게가 실렸다. 공정위는 하도급질서 정착을 위해 하청업자가 원청업자를 거치지 않고 발주자에게 대금지급을 직접 청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하도급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는 「악덕업체」에 대해선 시정명령이나 과징금부과등 행정처리에 그치지 않고 사법적 제재(형사고발)를 할 방침이다.
민생차원의 불공정관행 척결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우선 「경조사를 잡음없이 치르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정서를 이용, 끼워팔기 웃돈주기 허위광고가 난무하는 예식장 영안실 공원묘지등에 대해 대규모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상가·빌딩 임대나 스포츠·레저시설 이용, 또는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돼있는 각종 의료관련 약관들도 전면 시정조치할 예정이다. 특히 불공정 정부법령을 분야·업종별로 분류, 운수 통신 에너지등 민생분야의 진입·영업활동규제를 폐지하고 「규제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금융부문의 공정거래법 적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정위 업무계획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이다. 재벌들의 소유집중, 특히 오너개인에 대한 지분집중과 문어발확장에 대한 규제는 어느때보다도 강력하게 추진될 전망이다.
우선 30대기업집단 채무보증한도(자기자본의 200%) 초과분 해소유예기간이 3월말로 끝남에 따라 한도를 추가인하할 계획이다. 공정위는 재벌계열사들의 평균 채무보증비율이 현재 95%까지 낮아져 있어 채무보증한도를 자기자본의 100%까지 인하해도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소유분산 촉진책도 일부 손질하기로 했다. 현실성 없는 소유분산 우량기업기준(동일인지분율 8%, 내부지분율 15%미만)을 일부 완화해 소유분산을 유도하되 「소유집중문제=오너의 독점적 지배권행사 문제」라는 판단아래 동일인지분율 기준은 오히려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재벌들의 중소기업업종 침투수단으로 은폐되고 있는 위장계열사도 적발해낼 계획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은 연내 개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같은 방침은 정부의 대재벌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비자금사태로 경색됐던 정부―재벌관계에 최근 화해무드가 싹트고 있지만 그렇다고 기존 경제력집중 억제시책까지 무력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벌에 대한 임의적 정치적 개입을 줄여 예측가능하고 투명한 「일할 맛 나는」기업활동 분위기는 조성하되 집중형 소유구조나 무분별한 확장엔 계속 제동을 걸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재확인된 것이다.<이성철기자>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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