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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인권(96지구촌 이것이 숙제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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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협받는 인권(96지구촌 이것이 숙제다:5)

입력
1996.0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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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하 대접」 아직도 곳곳에/여성할례 강제 불임수술·어린이들 중노동 매춘까지/양심수 10만이상 고통… 정치적 살인·고문도 버젓이/선진국 인권외교 대개도국 경제압력용 변질 지적도사람답게 살수있는 기본적 권리인 인권이 지구촌의 중대과제로 그 중요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념이 국가를 지배하는 최고목표이던 냉전체제가 허물어지면서 인권은 점차 보편적으로 통용하는 국가목표로 새롭게 자리매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계 도처에서는 여전히 노골적인 인권탄압과 정치 경제 사회적 차별이 광범위하게 계속되는 등 인권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94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61개국에서 정치적 살인이, 112개국에서 수감자에 대한 고문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있다. 개념상 논쟁의 여지가 많긴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10만명 이상의 양심수들이 사상·정치적 기본권을 억압당하고 있다.

미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지난해 124개국에서 언론의 자유가 전혀 없거나 부분적으로만 허용되고 있으며 이는 세계인구의 80%를 포함하는 규모라고 밝혔다. 북한 이라크 수단같은 나라들은 인권이 무시되고 있는 「최악의 국가 중에서도 최악」으로 분류됐다.

인권문제는 흔히 정치적 문제에만 초점이 맞춰지지만 경제·사회적 이유로 여성과 어린이에 대해 행해지는 인권유린도 엄청나다. 아시아 아프리카의 회교국가들에서는 지금도 100만명의 여성들이 할례를 당해 쾌락을 누릴 권리를 빼앗기고 있다. 세계 난민의 70%, 10억 문맹인구 중 3분의 2가 여성이다. 최근 중국에서는 가임여성의 40%가 인구억제정책상 자의에 반해 불임수술을 받았다는 인권단체 보고도 있다.

인도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에서는 3,000만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해야 하며 태국 스리랑카 필리핀 등에서는 50여만명의 어린이들이 매춘을 하고 있다. 심지어 스리랑카 타밀반군은 소년들을 징병하고 있다.

인권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부딪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인권에 대한 시각차가 나라마다 매우 크다는 점이다. 『선진국의 인권기준을 개도국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의문은 유엔인권위원회 등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논쟁이다.

방글라데시에서는 400만명의 어린이들이 카펫공장 등에서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유아노동을 인권침해로 규정,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불매하겠다고 위협하지만 그러면 이들을 부양할 국가재정이 전무한 상황에서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방글라데시정부는 반문한다.

개도국은 또 선진국이 인권을 정치·경제적 도구화한다고 주장한다. 인권외교 공세가 과거에는 인권개선 자체에 목적을 두었지만 최근에는 경제외교를 지원하는 성격이 짙다는 주장이다. 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주도에 의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라크에서는 매달 4,400명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 등으로 사망한다. 또 미국은 인권단체등이 거의 모든 분야에서 최악의 인권침해국으로 지목하는 북한에 대해서는 인권압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인권신장이 경제수준과 시민의식 향상과 궤를 같이해온 선진국 경험을 감안할때 인권문제는 제3세계에 서구식 민주주의를 강요하는 이상으로 경제발전과 교육을 위한 지원에 모아져야 한다는 지적은 되새길만 하다.<배연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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