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때문에” 마음의 짐 끝내 못벗어/작년 퇴직 윤연수검사와 대학동기지난해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로 가족을 잃은 친구 판·검사가 나란히 법복을 벗어 이들을 아끼던 주변동료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아내와 아들·딸을 모두 잃고 이미 지난해 10월 검찰을 떠난 윤연수(32)전서울지검검사에 이어 당시 어머니를 잃었던 서울지법민사합의12부 김상헌판사(32)도 11일 사직의사를 밝혔다.
김판사는 사직을 만류하는 동료판사들에게 『훌륭한 판사가 되는 것이 어머니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하려 애썼으나 날이 갈수록 어머니가 나때문에 변을 당하셨다는 마음의 짐을 벗을 수 없었다』고 비통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판사는 지난해 6월29일 참사가 나기 직전인 하오 5시50분께 사무실에서 어머니 장태숙씨(당시 60세)로부터 『삼풍백화점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6시에 퇴근하면 저녁이나 함께 하자』는 반가운 전화를 받고 서둘러 퇴근준비를 하다 날벼락같은 참사소식에 접했다. 김판사는 현장이 수습될때까지 수없이 사고대책본부와 서울지검·병원등을 미친듯이 헤맸으나 끝내 홀어머니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김판사는 부인 노소라(31·사시29회)성남지원판사와 지난주 경기 마석 모란공원묘원의 어머니 가묘를 찾아 용서를 빌고 마음을 정리했다.
김판사와 검찰을 떠난 윤전검사는 용두국교·서울대 법대 동기동창으로 절친한 친구사이. 김판사가 사시28회로 31회인 윤전검사보다 먼저 법조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나 이들은 국교 4학년때 한반이 된 이후 서로 전교1등을 주고받으며 장학금도 함께 응모하는등 각별한 우정을 키워왔다. 두친구는 결국 한날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끝내 시신조차 찾지 못한채 현직을 떠나는 기구한 운명까지 함께 하는 사이가 됐다.
한편 검찰은 현재 미국 유학을 준비하며 쓸쓸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윤전검사에게 『희망하면 언제라도 검사로 복직시켜 주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현상엽기자>현상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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