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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을 재워주는 집(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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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을 재워주는 집(장명수 칼럼)

입력
1996.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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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를 우리나라처럼 요란하게 치르는 나라는 없을것이다. 시험이 있는 며칠동안은 온 나라가 몸살을 앓으면서 그것이 수험생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대사임을 실감하곤 한다.그러나 우리사회에 국가대사를 함께 치른다는 의식이 있을까. 입시제도 자체는 전문가들에게 맡긴다 해도, 수험생들이 시험을 잘 치를수 있도록 도우려는 준비가 있어야 할텐데, 그런 마음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

올해 서울의 대학근처 하숙집들은 대부분 시험치러 온 지방 학생들에게 바가지 씌우기에 혈안이 되었다는데, 어떻게 그런 나쁜 짓을 할수 있는지 모르겠다. 『한달이나 하루나 하숙비는 차이가 없다』는 궤변으로 하루에 30만원을 받는 집이 많았다니 가난한 학생들은 어디서 새우잠을 잤을까. 또 울며 겨자먹기로 바가지를 쓰면서 서울인심에 진저리를 친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대학촌 하숙집들은 수험생들에게 특별음식이라도 만들어 먹이면서 시험 잘 치라고 격려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수험생들에게 그처럼 심한 바가지를 씌웠다면 온동네가 들고 일어나 혼을 내야 할텐데, 하숙안치던 집들까지 너도나도 민박으로 바가지를 씌웠다니 무서운 세상이다. 모두가 「잠재적 도둑」이라고 밖에는 할말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어땠을까. 수험생 자녀를 둔 지방의 친척 친지들에게 미리 전화라도 걸고 『시험치는 동안 우리집에 와 있으라』고 초대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또 사회단체들은 수험생 재워주기 운동에 얼마나 관심을 보였을까.

나이든 세대는 기억할 것이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으레 고향의 수험생들을 며칠씩 재워 주었고, 그것이 젊은 인재들을 아끼는 공동체 의식이기도 했다. 서울에 아는 집이 없는 학생들은 친구를 따라 그 친구의 친척집에 며칠 신세를 질수 있었다. 방도 돈도 부족하던 시절에는 기꺼이 남들을 받아들였는데, 빈방이 있고 풍족해진 오늘에는 대문에 빗장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제치고 좋은 대학에 합격해야 한다는 이기심과 신문방송의 보도경쟁으로 온 나라가 홍역을 앓는 입시철, 지방학생들을 위한 민박에 개인이나 단체가 좀더 관심을 가져서 해마다 뭔가 좋아졌으면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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