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분석보다는 서스펜스 치중,플롯·연기 훌륭할리우드는 B급판 오이디푸스왕의 제국이다. 모든 할리우드 영화에는 가정이라는 무대속에 등장하는 가족들의 근친상간과 살인, 관객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판단, 이런 모티브들이 완화된 형식으로 편재돼 있다. 최근 몇편의 영화들은 여기에 어떤 변형을 가한다. 잠자고 있던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가 복수의 칼과 도끼, 총을 들고 전면에 나타난다. 아니 메두사들이 등장한 것이다.
그는「돌로레스 클레이본」(감독 테일러 핵포드)에서 처럼 남편이자 아버지를 살해하기도 하고「델마와 루이스」처럼 남편과 애인을 버린채 결코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양식으로 보자면 이러한「괴물스런 여성」의 등장은 사실 SF영화에서 먼저 시작되었다. 「에일리언 2」의 시고니 위버나「터미네이터 2」에서 린다 해밀턴의 강력한 여성전사로서의 스타 이미지가 바로 그것이다.
「돌로레스 클레이본」의 돌로레스(캐시 베이츠 분)는 남편 추행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남편을 살해한다. 장소는 푸른 바다위의 요트들이 장관을 이루는 섬의 해안가. 그는 사고사처럼 보이게끔 남편을 우물에 빠뜨린후 개기일식에 몸을 맡기는데 오랫동안 벼르던 파괴에서 나오는 쾌감에 얼굴은 거의 황홀경에 젖는다.
당연히 여기에는 윤리적이고 법제도적인 질문이 따라 나온다. 돌로레스의 딸 셀리나(제니퍼 제이슨 리 분)가 전자에 해당되는 추궁을 하고 형사 매키는 후자에 속한다.
그러나 승리자는 돌로레스이다. 이 승리는 이미 큰 대가를 치른 것이 되어, 돌로레스는 작은 섬마을 주민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악녀다. 딸과의 화해도 그의 인생에서 너무 늦게 찾아왔다.
이 영화에서 여성들 간의 연대, 이를테면 마님 베라와 돌로레스의 사랑등은 남성징벌의 장면만큼 실감나질 않고, 딸은 왜 진작 희생적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는지 설득력이 적다.
그래서 이 영화를 여성성에 관한 예찬이나 모성에 관한 심오한 심리분석이라고 보기 보다는, 기존 서스펜스영화 주인공의 성 역할을 바꾼 것이라고 해석하는 편이 낫다.
서스펜스를 이끌어내는 플롯은 촘촘하고 연기도 훌륭하다.<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교수>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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