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가뭄이 여간 심각하지가 않다. 특히 4개월째 거의 비가 오지 않는 영·호남 내륙지방에서는 최고 7일에 한번씩의 제한급수까지 실시, 「목이 탄다」는 표현을 실감케 하고 있다. 9일현재까지만 해도 물부족으로 인한 제한급수가 경남북, 전남북에서만 15개 시·군 33개지역 40여만명에 이르고 있다.더구나 기상청은 앞으로도 당분간은 「비다운 비」가 없을 것으로 예보하고 있다. 그래서 2주일후면 경기, 강원, 제주지역으로 제한급수지역이 확산되어 20여개 시·군 50여만명, 또 다음달이면 25개지역 80여만명이 물기근고통을 감수해야만 할 처지다. 식수부족은 공업 및 농업용수 부족이란 피해를 수반할게 자명한데 경남해안에서는 민물유입부족에 따른 해수염분상승으로 어패류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가뭄 3중고인 셈이다.
이미 지난해에도 우리는 여름과 겨울 심한 가뭄에 따른 고통을 겪은 바 있다. 올해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는데서 물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는 그동안 강수량의 차이는 있었지만 때가 되면 내리는 비에 의존한채 이상기후에 따른 장기 가뭄에 대해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가뭄때마다 국지적이고 단기적인 임시처방만을 위주로 해왔다는 데서 보다 차원높은 장기적인 수자원 대책이 있어야 한다.
지난 8일에도 농림수산부는 제한급수 지역에 대해 농업용수로 뚫어놓은 지하수 암반관정 1천2백41개공을 생활용수로 활용토록했고 가뭄해당지역에서 8천6백23억원을 들여 저수지를 신설하거나 개수한다고 밝혔다. 이런 경우에도 지역간의 이기주의가 발동하는 허점들이 나타나는등 종합대책이 아니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조직법상 건교부 소관으로 되어 있는 수자원정책이 각 부처별로 일관성이나 체계적이지도 못하게 추진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또한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의 남부가뭄은 전시행정마저 촉발시키고 있는 기미를 보인다고 한다. 당장의 군급수선과 소방차 및 급수차 동원은 불가피하다 해도 지금 단계에서 당·정이 식수용 암반관정 1백여곳을 개발키로 한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 이제 착공해서 언제 식수가 쏟아져 나온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이럴수록 일관성있는 물관리 정책과 함께 댐건설, 수계개발, 노후관로보수 등 우선순위에 따른 체계적 투자와 대책이 중요한 것이다.
일반 국민들의 물에 대한 의식개혁도 긴요하다. 일반가정은 물론 대형건물, 공동주택 등에서도 절수를 생활화하고 한번 쓴 물을 공업용수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생활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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