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의 음식점에서는 흡연이 엄격히 제한돼 있다. 식사때 으레 담배를 즐겨온 사람들에게는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참다못해 밖으로 나와 담배를 입에 물기도 하지만 왠지 궁색한 느낌이 들게 마련이다.직장에서의 금연은 더욱 철저하다. 3명 이상이 근무하는 사무실에서는 무조건 금연이다. 때문에 담배를 피우기 위해서는 고층 사무실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빌딩밖으로 나오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맨해튼 빌딩가 현관앞에는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사무직 직장인들로 붐비는 때가 많다. 매서운 추위에 몸은 움츠렸지만 음식점밖에서 쫓기듯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비해 태도도 훨씬 당당하다.
이들 가운데는 특히 여성들이 눈에 띄게 많다. 서울에 비해 많다는 정도가 아니라 미국 남성과 비교해도 결코 적지 않다. 남성만을 위해 건물내에 따로 흡연실이 마련돼 있는 것도 아니고 보면 이들의 흡연율은 매우 높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사무직 여성들이 담배를 많이 피우는 주된 이유로 업무에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꼽고 있다. 직장내 성차별이 가장 덜하고 고위직 여성이 어느 나라보다 많다는 미국이지만 보이지 않는 차별이 이들을 억누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금연과 체중의 상관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들도 영향을 준다고 덧붙인다. 남성에 비해 비만에 대한 공포가 훨씬 크다는 것이다.
올 겨울들어 가장 추웠던 지난주 맨해튼 빌딩숲의 건물 입구에는 이들 여성 애연가들과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시위를 벌인 빌딩 하급 종사자들로 북적댔다. 청소원 경비원 도어맨 등 건물주와의 재고용 협상에 실패한 「블루 칼라」들과 그들이 내건 「승리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라고 쓰인 플래카드에 눈길을 보내는둥 마는둥 연신 담배만 빨아대는 여사원들. 이들이 연출하는 뉴욕거리의 스산한 삽화위에 국민건강증진법으로 금연조치를 강화한 서울의 오피스타운의 미래상이 겹쳐졌다.<뉴욕=김준형특파원>뉴욕=김준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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