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에서 최고통치권자가 새해벽두에 중요현안에 관해 의견을 밝히고 국가경영의 철학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문제는 국민들을 얼마나 설득하고 공감케 하느냐가 요체로서 거기에 국민화합과 국가발전 및 국정운영의 성패가 달려 있는 것이다.김영삼대통령이 어제 관례적인 회견대신 TV를 통해 행한 국정연설에서 지난 3년간 문민정부의 통치실적, 즉 변화와 개혁, 세계화 그리고 역사 바로세우기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5년남은 21세기에 세계중심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 통일기반조성과 경제의 체질강화, 생활개혁 등을 올해 국정운영의 최우선 6대과제로 제시한 것은 경청할 만하다 하겠다. 이들 과제들에 대해서는 국민이 확신을 갖게끔 하루 빨리 구체적 실천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연설중 긍정적인 것은 여야 영수회담의 수용을 밝힌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작년 지방선거 이후, 특히 비자금사건 이후 여야는 완전 대치, 적대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정국이 경제·사회 등 각 분야에 미치는 악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대통령은 의제를 15대 총선의 공명한 진행문제라고 국한했지만 영수들이 만났을 때 국가적 모든 현안을 논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한편 김대통령이 새해들어 고개를 든 내각제와 대통령 4년중임의 개헌론을 반박하고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의 고수를 천명한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다. 「임기중 개헌불가론」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나 이를 재확인 한 것은 야당 두 김씨의 개헌론이 자칫 15대 총선을 과열시킬 소지로 보고 쐐기를 박은 것이 분명하다.
이번 국정연설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김대통령이 야당시절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정치자금을 받았음을 시인한 점이다. 물론 검은 돈과 이권이나 조건이 붙은 돈은 받지 않았고 「어떤 정치인도 이런 잘못된 관행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 있지만 일단 받은 것을 시인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아쉬운 점은 「개인적 축재를 위해 단한푼도 받거나 쓰지 않았다」고 한만큼 국민들의 관심사인 대선지원자금의 내역을 당당하게 밝혔어야 했다.
아무튼 김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21세기 세계중심국가를 지향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를 성공적으로 이룩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불가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에게 확신과 자신감을 줘야 한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일방적인 대화인 국정연설에서 원칙과 방향을 제시한데 이어 하루빨리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에게 모든 궁금증과 의혹을 풀어주고 공감케하는 쌍방대화를 가져야 한다. 거기서는 국정방향의 구체적 실천방안도 마땅히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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