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한 몸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던 것들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독립된 것처럼 느껴진다. 고전·낭만시대만 해도 작곡가가 연주가의 임무를 병행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가니니의 신기의 연주와 그의 작품은 동일시되었지만 근대에 이르러 연주가와 작곡가는 분리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작곡가의 지휘자 겸업도 연주가출신의 지휘자로, 나아가 지휘전공 지휘자로 분화과정을 거쳐가고 있는 것이다.
무용과 음악도 마찬가지다. 바로크시대의 기악음악은 대개가 무용곡에서 원형을 빌려온 것이다. 교향곡이나 기악곡이 제 틀을 만들기까지는 원초적 율동미의 표현이라 할 춤에 필수적으로 곁들여진 무용음악에서 원형을 빌려야 했다.
즉 우리들이 즐겨듣는 모음곡(조곡=Suite)이다. 당시의 중요한 무곡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알르망드(Allemande)는 독일의 민중적인 무곡으로 소박한 느낌을 주며 중간속도를 취하고 있는데 바흐시대에 와서는 춤과는 관계없이 무용모음곡의 제1악장에 채택되었다. 쿠랑트(Courante)는 프랑스어의 「달리다」라는 말에서 유래한 빠른 3박자의 무곡이다. 사라반드(Sarabande)는 스페인에서 생긴 무곡으로 엄숙하고 장중한 표정을 가진다. 지그(Gigue)는 영국에서 극의 진행 중 「지그」란 춤과 노래를 끼워넣은 데서 유래된다.
고전모음곡은 이와 같이 4개의 춤곡을 기본으로 하고 「전주곡」과 14세기 프랑스궁정에서 채용된 뒤 급속히 전파된 「미뉴에트」, 그리고 프랑스 오페라작곡가 륄리가 오페라에서 사용한 보통 빠르기의 2분의 2박자 「가보트」와 빠른 속도의 부레(Bouree), 그리고 후렴 사이에 삽입되는 론도(Rondeau)가 곡에 따라 쓰여진다. 모음곡은 대개 4∼8개의 악장으로 되어 있으나 엄격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20악장 이상인 것도 있다.
이의 명곡으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모음곡」을 꼽을 수 있고 헨델의 「수상 음악」 「왕궁의 불꽃놀이 음악」도 우리 귀에 익은 모음곡이다. 모음곡은 건반용과 관현악곡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건반악기용으로 바흐의 「영국모음곡」과 「프랑스모음곡」을 들 수 있다. 바로크의 모음곡은 고전시대에 교향곡, 협주곡이 형태를 잡아가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런 것이 19세기가 지나면서 근대 모음곡이 탄생하게 된다.
예를 들면 비제의 「아를르의 여인」이나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그리그의 「페르귄트」등이다. 춤곡에서 연유한 최초의 모음곡과는 다른 형태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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