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팔아 선거자금을 마련하는 정치인이나 정치 지망생이 요즘에도 더러 있기는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극히 드문 일이다. 옛날에는 자기 집 뿐 아니라 친인척의 재산까지 날리고 패가망신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광적인 선거풍토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경제규모가 워낙 커지는 바람에 웬만한 후보들은 어느 정도 자금의 여유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특히 부동산 투기 등으로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졸부들은 돈 선거를 노릴 정도로 자금이 너무 많아 걱정이다. 둘째는 선거직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집까지 팔아 가면서 모험을 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그런 분석이 나오는데 정당에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부자로 소문난 여당에 이어 야당도 집을 팔아 4월 총선 자금을 마련해야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국당은 이미 관훈동 당사를 5백억원에 팔겠다고 공식 결정했으며 민주당의 사무총장도 4일 밤 TV에서 당사 매각을 통해 투명한 자금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두 당은 모두 당사가 둘 이상이어서 그런 생각을 한 모양인데, 노태우스캔들 이후 불어닥친 정가의 자금고갈현상이 상당히 심각함을 말해주는 한 단면임에 틀림없다. 집을 팔아 선거를 치르는 개인은 사라져 가고 있는데 정당이 당사를 팔다니…. 이런 딱한 사정을 보면서 문득 생각나는 것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내년 대선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자금이 부족하면 그런대로 선거를 치르면 되지 않는가. 집팔고 빚 얻어서까지 해야 하는가. 그런 발상은 곧 돈 없이는 선거 못한다는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이다. 그렇다면 깨끗한 선거는 처음부터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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