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역사인식 “작은 변화”/피폭만 강조하다간 국제여론 외면 판단/극우 거센반대 불구 원폭자료관에 상설히로시마(광도)와 함께 일본의 두 피폭도시중 하나인 나가사키(장기)시가 4월 개관예정인 원폭자료관에 일본의 전쟁책임을 환기하는 상설전시실을 설치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나가사키시가 원폭자료관에 설치할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 코너」는 일본의 원자폭탄 피폭이 결코 돌출 사건이 아니고 인과응보임을 확인시켜 주는 역사의 산교육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가사키시의 결정은 『원폭 용인론을 조장한다』든가 『일본의 역사를 침략과 가해의 역사로만 규정해서는 안된다』는 일부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나온 고심의 결과다. 같은 피폭도시인 히로시마가 『국가의 책임을 일개 도시가 일깨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태도를 보여 온 것과는 뚜렷이 대조된다.
나가사키시의 발상의 전환을 「전략적 후퇴」로 보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피폭사실만을 강조해서는 국제여론의 지지를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폭이란 결과만을 강조하던 자세에서 벗어나 과정과 결과를 함께 바라보게 된 균형감각의 의미가 감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새해들어 「아시아에 대한 일본의 전쟁책임을 묻는 민중법정 준비위원회」라는 민간단체가 전해준 소식도 상쾌하다. 7년전 발족한 회원 500여명의 이 단체는 「민중법정」이라는 공개 모임을 통해 일본의 전쟁책임 재판을 계속해온 끝에 지난해 말 「대법정」을 열어 90쪽짜리 판결문을 작성, 이를 배포하고 있다. 이 판결문은 「일본 국가는 물론 일본의 민중도 전쟁책임이 있다」고 명시하고 「국가의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에 응하지 않을 불복종권」을 기본적인 인권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들을 두고 일본의 역사인식의 커다란 변화를 점치기는 아직 이르다. 우리가 지금까지 수없이 경험해온 것처럼 이런 작은 흐름은 또다시 엄청난 반동에 꺾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바닥에서 일고 있는 이같은 바람이 일정치인들의 입에 발린 「반성과 사죄」보다는 훨씬 값지게 느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도쿄=황영식특파원>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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