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의 갈등심리 솔직하게 그려/부권상실시대 가장의 모습 등 밀도있게 묘사새해 특집 중에서 아버지를 소재로 다룬 두 편의 드라마가 눈길을 끌었다. 특집이라는 무게 때문에 화려함으로 치장했던 예년에 비해, 가깝고 친숙한 소재를 다루었다는 점이 신선했다.
KBS 2의 「아버지」(2일 하오9시50분)와 MBC의 「아빠의 연인」(2일 상오9시20분)은 부담없는 소재로 가족 간에 있을 수 있는 갈등심리를 솔직하게 그려, 작지만 밀도있는 공감을 주었다.
「아빠의 연인」은 혼자 키운 딸을 시집보낸 아버지가 재혼을 하고 그 과정에 그들이 느낄 수 있는 여러 심리상태를 그렸다.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아버지와 딸이 각기 새로운 배우자를 찾음으로써 느끼게 된 허탈감, 갑자기 빼앗기거나 얻게 된 자기 자리에 대한 불안감 등이 세밀하게 그려졌다.
심리 드라마적 요소가 짙은 이 드라마는 결과적으로 개인이 가족에게 얼마나 질긴 끈으로 묶여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버지」는 착하기만한 가장이 가족을 경제적 파탄으로 몰고가지만 결국 그 착한 마음이 보상받는 해피 엔딩의 드라마였다. 그러나 훈훈한 이야기 전개와 해피 엔딩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은 무능한 가장을 사랑과 존경으로만은 대하지 않는다는 현실논리를 더 강하게 전달해준 듯하다.
이웃이 도와주기 위해 모은 돈을 갖고 오는 등 여러 미담을 통해 가족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되찾기는 하지만 논리가 비약적이어서 설득력이 작다. 「슈퍼맨 가장」을 원하는 세태 속에 많은 아버지들이 부권상실의 가속도와 비애를 실감했을 듯도 하다.
하지만 두 드라마의 공통된 특징과 장점은 갈등의 종류와 깊이를 정면으로 솔직하게 다루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계몽적 메시지를 내세운 일반적인 가족 드라마와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족 드라마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두 드라마가 비록 단편 특집이었지만 가족 드라마에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한다.<권오현 기자>권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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