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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기획­한·미·일·불 석학 「정보화 사회」 인터넷 대담: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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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기획­한·미·일·불 석학 「정보화 사회」 인터넷 대담:Ⅱ

입력
1996.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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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유입 될수록 북 체제 약화/정보통신 통한 한반도 통일은/미래 세계 문명발달 모델 될수도/신문의 개념은 시대따라 변화/시간·문자벽 허무는 새 모습으로/뉴미디어 도입해야 살아 남을 것―정보기술이 사회통제도구로 악용되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대형(Big Brother)을 만들어 전체주의국가를 만들 수 있고 역으로 전자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전체주의국가를 무너뜨리는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보시대에서 개인과 국가가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포베:정보화시대에는 인터넷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가 개인의 다양한 의견과 열망에 부합해야 합니다. 네크워크와 서비스를 통제하는 단일 권력의 등장은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이 될 것입니다. 정부와 민간기업은 사생활을 결코 해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정보화사회의 건설에 나서야 합니다.

▲이어령:지금까지 정보기술은 권력이나 상업적인 목적에 악용되어 개인의 사생활이나 자유를 침해하기 보다는 정보통신―민주주의(tele―democracy)라는 신조어가 나타날 정도로 민주화에 이바지한 공이 큽니다. 그러나 정보기술이 공공선과 공동의 부(common wealth)를 향상시키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는 대의 명분을 인정하더라도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처럼 실천방법에 대해선 충분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정보화사회란 정보 그 자체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혼자 있을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된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사생활 침해는 국가권력에 의한 것이기보다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인에게 삐삐를 선물했더니 『나는 당신의 독점물이 아니다』며 거절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불꽃(flame·인터넷에서 옳지 못한 일을 하는 이들을 겨냥한 항의표시)과 네티켓(네트워크상의 예절)이라는 신조어에 나타나듯 건전한 통신환경을 만들어가는 데 무엇보다 개인의 책무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운가:개인과 국가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정보화시대에 성패의 열쇠입니다. 우리는 국가권력이나 정부관료가 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정보기술을 악용하는 것에 저항해야 합니다. 미국사회에선 통치권자와 중앙정부의 권력남용에 대해 끈질긴 의심을 품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유나버머(unabomber·밝혀지지 않은 폭탄테러범)는 기술이 사회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정보기술이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데 활용되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또 이를 악용하려는 시도를 강력히 응징해야 합니다.

―21세기 정보통신시대를 장밋빛 미래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정보부국과 정보빈국의 간극이 넓어져 정보제국주의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몇나라는 아직 정보화의 오지로 남아 있습니다. 이 국가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또 베트남 중국 등 일부 공산국가가 인터넷에 투자하고 있는 데 반해 북한은 인터넷을 차단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차이외에 남북한간 정보기반의 차이가 한반도통일의 장애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어령:정보혁명을 이끌고 있는 국가는 미국입니다. 미국의 가구당 PC보급률은 40%이고 그중 네트워크에 연결된 비율은 60%에 이릅니다. 이에 비해 경제대국으로 불리는 일본의 PC보급률은 10%를 약간 상회하고 네트워크 연결 비율도 미미합니다. 앨 고어 부통령은 『미국의 최대 전략무기는 미사일이 아니라 고성능 컴퓨터』라며 『새로운 통신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며 교육과 민주주의를 발달시킨다. 또 새로운 직업과 시장을 창출함으로써 미국의 산업은 세계 선두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새로운 「아메리칸 드림」(미국의 꿈)을 정보제국주의라 부를 수 있습니까. 『혁명 속에서 탄생한 미국은 새로운 형태의 평화적인 세계 혁명의 선두에 설 것』이라는 고어의 말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은 정보혁명의 세계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산업사회와 달리 정보사회에선 한 나라만의 정보화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정보와 통신은 항상 수신자와 발신자가 있어야 하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전화기를 가지고 있어도 상대방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의 정보 창구가 폐쇄되어 있으면 우리의 정보화수준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통신 인프라가 세계 10위안에 들면서도 남한의 조류학자 원병오씨가 북한의 아버지에게 안부를 전할 때는 원시적으로 새를 이용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산업사회와 달리 정보화사회는 개인과 개인, 국가와 국가가 서로 의존적이기 때문에 지배나 독점보다는 협력과 공생이 이익이 됩니다. 모든 통신도구를 혼자 가지고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정보통신을 통한 한국의 통일은 한민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계문명 발달의 한 모델로 제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포베:인터넷은 전자상거래마저 가능케 해줍니다. 몇년동안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거듭한 한국은 이제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화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습니다. 오늘날 각국 정부는 표현과 통신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미디어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다국간 연대의 틀을 마련하여 정보빈국도 정보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최근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회의, 서방 선진7개국(G7)정상회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에서 정보격차문제의 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선정한 것은 의미있는 일이며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효율을 높일 것입니다. 현재 알카텔 프랑스텔레콤 현대전자 등 세계 11개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글로벌스타계획―48개의 저궤도위성을 쏘아올려 정보후진국 국민에게 전화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계획―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세가와:정보제국주의의 출현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정보화사회로의 진입기회는 모든 국가에 열려 있습니다. 정보화의 흐름에 참여하느냐 불참하느냐는 순전히 개인과 국가의 선택입니다. 인터넷에 가입하는 것은 정보화사회로의 성공적 진입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경계를 만들고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차단한다면 그 나라의 경제는 급속히 쇠퇴하고 결국 국민을 인접국가로 내쫓는 결과를 초래할 뿐입니다. 1989년 베를린에서 목격했듯 현대판 엑소더스는 국가의 붕괴로 직결됩니다.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은 내년이 고비일 것으로 보입니다.

▲운가: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여 가공할 정보제국주의국가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데 동의합니다. 서로 수준이 다른 국가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보의 호수(pool)를 만들기 위해 유엔이나 세계은행(World Bank)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물론 북한과 같은 폐쇄국가도 존재합니다. 많은 정보가 북한에 흘러가면 북한의 체제는 위기를 맞을 것입니다. 그리고 남북한간의 정보인프라(하부구조) 차이가 유일한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통일을 막는 장애가 될 것입니다. 만약 북한에 인터넷이 연결된다면 북한을 민주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환경보호문제가 지구촌의 중요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보화가 환경보호에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보화와 환경보호는 어떤 관계가 있다고 보십니까.

▲포베:대기나 자연의 보호문제는 세계평화를 위한 중요한 열쇠가 되었습니다. 정보화의 진전은 대기오염이나 산림황폐화를 막는 등 환경문제 해결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을 통한 화상회의는 여행으로 인한 오염을 상당히 막을 것이며 현재 추진중인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한 「종이없는 사무실」은 산림의 무분별한 훼손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세가와:인터넷을 통해 환경보호에 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정보화와 환경보호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정보네트워크를 통해 자신의 지역과 세계의 다른 지역을 비교하는 등 환경보호에 대한 노하우(지식)를 습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운가:환경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얻어 환경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화는 환경보호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산업계 인사와 환경보호주의자들의 의견이 너무 다르고 미국에서는 환경보호에 대한 논의가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언론들도 독자나 시청자의 주의를 끄는 자극적인 소재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 문제에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인터넷등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활성화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어령:우리는 정보문제와 마찬가지로 환경문제 역시 세계적인 문제라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하세가와씨는 두 문제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환경보존에 뉴미디어의 역할은 크다고 생각합니다. 걸프전 당시 기름에 범벅된 바다에서 날지 못하고 죽어가는 새의 충격적인 모습을 우리는 CNN뉴스를 통해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문자로 전달되는 뉴스와 달리 영상은 직접적인 호소력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어린 아이가 평화롭게 가지고 놀던 풍선이 바다로 날아가 고래가 그 풍선을 먹고 죽었다는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환경보전에 필요한 정보의 공유를 뉴미디어가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뉴욕타임스 LA타임스 르몽드등 각국의 신문들이 전자신문이나 월드와이드웹(WWW)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뉴미디어는 신문 방송과 같은 올드미디어를 대체할까요. 올드미디어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포베:20세기 100년동안 뉴미디어는 끊임없이 등장했습니다. 신문의 뒤를 이어 라디오가 등장하고 다시 TV도 등장했습니다. 이 미디어들은 서로 경쟁하지 않고 보완관계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존재해왔습니다. 전자뉴스는 즉시성 대화성 보편성이라는 3가지 요소를 제공하지만 책과 같은 활자매체를 대체하진 못할 것입니다.

▲하세가와:올드미디어의 운명은 올드미디어 운영자들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그들이 뉴스전달 과정을 단축시키고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올드미디어는 계속 생존할 것이고 그들이 진보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으면 예상외로 빨리 자취를 감출 것입니다. 올드미디어 운영자들은 팩스나 인터넷을 통한 정보서비스등 뉴미디어를 빨리 도입해야 합니다. 멀지않아 인터넷이 신문의 경쟁자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어령:뉴미디어가 등장해도 신문이나 활자매체는 살아남고 신문 고유의 역할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합니다. 신문과 뉴미디어는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에 있다는 주장은 당연합니다. 그동안 인류가 개발한 미디어는 눈과 귀 촉각 등 인간의 감각중 한쪽 부분에만 호소해왔습니다. 그러나 컴퓨터 통신 방송을 하나로 융합한 멀티미디어는 흩어진 감각을 하나로 통합합니다. 그러므로 포베씨가 지적한 바와 같이 문자를 쓰는 라디오, 대화형 TV, 말하는 신문같이 매체간 서로 비슷한 역할을 공유하는 복합매체가 등장할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과 일본에 인쇄매체인 신문(newspaper)이 처음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를 말을 글로 옮긴 것으로 생각해 신문(새로운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불렀습니다. 신문의 개념도 시대에 따라 변할 것입니다. 신문은 점차 시간과 문자의 벽을 넘어선 새로운 형태로 바뀔 것이며 우유처럼 배달하는 현재의 뉴스전달 방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끝으로 귀중한 의견을 주신 토론자, 독자 여러분, 그리고 이 자리를 마련해주신 신문사측에 감사드립니다. <정리=황순현기자>

▷이어령·62◁

▲서울대 문리대 국문학과졸. 문학박사

▲이화여대 국문학과 교수

▲문학사상 주간, 이대 기호학연구소장

▲초대 문화부장관

▲현 예술원회원

▲현 이화여대 석좌교수

▲주요저서 「이어령 전작집」(12권) 「축소지향의 일본인」 「한국의 기업정신」등 다수

▷샌퍼드 운가·51◁

▲미 하버드대 정치 경제 전공

▲워싱턴포스트 기자

▲아프리카문제 전문가

▲애틀랜틱 워싱턴지 편집장

▲미 해외외교전문지 편집장

▲현 미 아메리칸대 언론대학장

▲주요저서 <아프리카:떠오른 대륙의 사람과 정치> <최후의 혁명> <진보의 작업>

▷하세가와 게이타로·69◁

▲일본 오사카(대판)대 공학부 졸

▲산업신문기자

▲73년 석유파동당시 중동전쟁 예측

▲'현장주의`에 입각한 국제전문경제평론가로 활 동중

▲주요저서 「경제국방론」 「국제정세를 어떻게 볼 것인가」 「정보화사회를 읽는 법」 「정보를 읽는다. 경제를 꿰뚫는다」등 다수

▷자크 포베·82◁

▲법학사. 에스트 레퓌블리캥지 편집자

▲2차대전 독일 포로

▲프랑스 르몽드지 정치부장 편집국장 사장

▲유네스코 프랑스위원회 위원

▲현 프랑스 국가정보자유위원회(CNIL)위원장

▲레종도뇌르 훈장 수훈

▲주요저서 「프랑스의 제정당」 「제4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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