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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껍질·풀 함께 끓여 끼니/방문인사 증언·보도로 본 북한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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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껍질·풀 함께 끓여 끼니/방문인사 증언·보도로 본 북한참상

입력
1996.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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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에 “해바라기이불 없나요” 호소/간호원 병원일보다는 도토리줍기나서북한을 다녀온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은 수해지구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식량과 생필품이 절대부족하다. 이들은 김일성에 비해 카리스마와 국가장악력이 떨어지는 김정일이 지배하는 북한의 상황이 전혀 딴 나라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

북한 당국자들로부터 지원을 요청받은 관계자들은 북한이 가급적 수해 상황을 부풀려 외부세계로부터 보다 많은 지원을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큰물」사태이후 최근까지 북한 지역을 널리 시찰한 관계자들이 전하는 북한동포들의 호소는 애절하다.

『선생님, 해바라기 이불 좀 갖다 주세요』 『우린 왜 수해를 안당했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수해민들이 부럽습니다』「해바라기 이불」이란 가족 공동이불이다. 방 한가운데 이불 한장을 깔아 놓고 온식구가 해바라기 모양으로 부챗살을 그리며 누워 하체만 덮고 잔다고 해서 붙인 별명이다. 수재민 돕기로 외부세계에서 반입된 화려한 꽃무늬의 캐시밀론 솜이불을 말한다.

땔감 옷 침구등의 태부족으로 이번 겨울에는 얼어죽고 굶어죽는 사람이 많을 것 이라는게 이들의 얘기이다. 영양실조로 죽는 사망자들의 대다수는 어린이들과, 먹을것이 생기면 우선 자식들에게 주는 할머니들이다.

일반 가정에서는 아이들을 풀어 먼 친척들에게 식량을 구하러 보내는가 하면, 병원에서는 의사 간호원들이 병원일 보다는 도토리 줍기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국제적십자 요원들에게 한 북한주부가 나무껍질을 풀과 함께 끓여서 끼니를 대신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외국 TV로 소개되기도 했다. 초근목피란 말이 사실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심지어는 북한 어린이들이 먹는 흙을 발견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평북 한 병원장의 증언에 따르면 굶어죽는 사람이 속출해도 제대로 된 관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땔감도 없는 판에 관을 만들 나무가 있을 턱이 없어 시체가 그대로 매장 되기도 한다. 굶주림에 직면한 주민들은 식량을 구하러 먼 시골이나 중국과의 국경지역으로 나간다.

청진항으로 들어가는 외국 구호물자는 목적지까지 가기 전에 수송과정에서 물량의 3분의 1이 없어지고 암시장이 성행한다. 수해 이전의 환부가 수해를 계기로 바깥세상에 드러나고 있다는게 북한 방문인사들의 한결같은 얘기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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