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은 한국동란후 처음 발생한 세가지 이변으로 긴장과 위기의 해가 될 것 같다.첫째 외부의 대규모 쌀 지원이 없는 한 북한은 올 춘궁기에 아사나 전사를 택할 정도로 궁지에 몰릴 수 있다. 둘째 일년반의 권력승계 지연이 체제유지의 한계를 말할 수 있고, 셋째 남한의 정치혼란을 호기로 간주하는 북한이 내부불만차단을 겸해서 도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무모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를 첫째 이변을 배경으로 검토해 본다.
필자가 지난해 베이징(북경)에서 몇 차례 북한과 중국 학자와 관리들을 만나본 것을 토대로 북한의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공식승계를 지연시킬수록 외부의 투자심리를 위축할 뿐 아니라 김정일의 건강문제와 「군부의 포로」등의 소문이 조장되어 북한에 손실이 많지 않겠느냐』고 물었더니 북측의 답은 『전술적 손해는 있어도 전략상 이득이 크다』는 것이었다.
중국의 경우처럼 북한에 투자가 많이 들어와도 문제가 될 수 있고(사회·정치불안등), 핵심 지도부가 노출되지 않는 것이 상대방을 혼돈하게 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산적한 일로 하루 4시간 이상 잠도 자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김정일이 94년 제네바 핵합의와 같은 중요한 일에만 전념할 수 있는 편리한 점도 있다고 한다. 일의 양으로 보나, 김일성 사망 1백일추도식에서 두시간 이상 계속 서있던 것 등으로 보아도 김정일의 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같지는 않다.
군관계에 관해서는 『군을 장악하지 못하는 지도자는 허수아비라고 말해온 아버지 밑에서 10여년동안 통치하면서 군을 장악하지 못했다면 바보다. 아버지의 사거로 군의 포로가 될 수는 없다. 아버지 생존때 이상으로 「실질적 실세」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미국과 일본과의 교섭에서 지도자로서의 중요한 성과를 기다리면서 김정일은 지난해 10월10일 당창건 50주년 기념일을 기해 당·정 주석직 공식승계를 계획했던 것같다. 몇개월 전 중국의 주요인사를 초대하기까지 했으나 취임식을 준비하는 도중 큰 홍수가 나 경제난이 더욱 악화되자 승계를 늦추면서 3년상 운운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버지보다 더 적개심이 강하고 더 낙관적인 김정일이 대남도발을 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기득권층인 군부가 자살을 기도할 리는 없다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군부와의 관계가 어떻건 그의 정신건강이 관건이다. 예일대학의 고해롤드 라스웰교수가 강력히 주장한 대로 김정일이야말로 「권력핵심부의 정신건강 진단」이 요구되는 인물이다. (한국일보 94년 7월17자 필자의 「정신분석으로본 김정일」참조)
최근 베이징에서 알게 된 북한과 중국측의 이상징후는 북측이 남한사태에 대비해 당분간 외부인사 입국을 금지한 것과, 김정일은 밤이 되면 총참모부 작전국에 가서 상황 브리핑을 받는다는 것이다. 미국 국방차관 조셉 나이가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 당국자는 『대만에 군사적 위기(침략)가 일어나면 미국은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고 물었다. 또 올 3월에는 대만에 총통선거가 있다. 대만 신정권의 어떤 정책이 독립선언적이며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에 관해 중국측은 확답을 회피한다. 어떤 경우에 중국이 북한에 군사지원을 할 것인가 하는 경우처럼 불투명하다.
대만 총통선거에 이어 우리나라에는 총선이 있다. 김일성이 광주사태때 기회를 놓쳤다고 후회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한국에 테러나 총격전을 일으켜 중국의 대만작전에 유혹과 이점을 제공함으로써 미국의 군사지원을 양분화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미국과의 직접담판을 꾀할 궁리도 해 볼것이다.
한국과 대만을 둘러싼 전략환경은 너무나 유동적이다. 금년에는 미국도 선거정국에, 중국은 권력전환기에 놓일 것이며 두 강대국 관계도 좋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설마」만 믿고 방심할 수는 없다.<조영환 미국 애리조나주립대 교수,서강대초빙교수>조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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