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권 붕괴후 5년,앞으로 5년/지난5년남북대화 시간벌며 핵카드 줄타기/제네바합의로 미 생존보장 받아내/원조도입 한편 수출경제 추진/98년이후 남북관계 변화 모색공산권 붕괴후 5년, 북한은 생존을 위해 숨가쁘게 달려왔다. 지난해까지 북한의 최대 정책목표는 안보의 확립이었고 핵카드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이를 마무리했다고 볼 수 있다. 이전까지 안보와 고립탈피에 주력하던 북한은 올해부터 경제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지난 5년간 생존에 성공한 것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5년간을 북한의 「계획」에 따라 전망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편집자 주>편집자>
▷지난5년안보◁
89년 10월 폴란드공산당 해체로 시작된 동구권의 붕괴는 90년 3월25일 헝가리 자유총선, 10월3일 독일 흡수통일등으로 확산, 91년 12월25일 소연방해체선언으로 마무리 됐다.
갑작스러운 정세변화를 맞은 북한의 유일한 목표는 체제안보였고, 경제와 권력승계등 내부문제는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미국이 유일한 초강국으로 등장하게 되고 걸프전이 일어나 그 위력이 증명되자 북한은 군사적 위기감마저 느꼈다. 이 위기를 북한은 ▲화해 제스처를 통한 시간벌기 ▲핵카드 개발 ▲북·미합의등 3단계 전략을 거쳐 해소하게 된다.
한·소 수교 다음 날인 90년 9월4일 북한은 서울에서의 1차 남북고위급회담에 나선다. 모두 8차례 개최된 고위급 회담은 안보위기를 넘기기 위한 「남한볼모전략」이었다는게 현재 우리측의 인식이다. 이 회담들을 통해 북한은 91년 12월31일 한반도비핵화를 위한 공동선언에 합의하고 우리측의 일방적인 핵부재선언을 유도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미전술핵 철거에 성공했다. 북한은 이를 전후해 유엔 동시가입(91.9.17), 남북 기본합의서 채택(92.9.7),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협정 가입(92.1.30)등 일련의 화해제스처를 취하며 다음전략을 위한 시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북한은 93년 1월26일 남북대화 전면중단을 선언한 뒤 3월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을 통해 핵카드를 드러내게 된다. 이후 같은해 6월2일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이 시작되지만 북한은 94년 10월21일 제네바합의까지는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채 2중의 선택권을 쥐고 있었다. 다시 말해 미국과의 교섭에서 체제생존을 보장받지 못할 경우 핵무기를 통해 이를 확보하는 기로에 있었다.
남북대화는 이후에도 종종 위기국면을 넘기기 위한 볼모로 사용됐다. 예를 들어 93년 4월21일 IAEA 이사회가 유엔 안보리 회부를 결의, 대북제재 추진이 시작되자 5월25일 북한 강성산총리가 특사교환을 전격 제의했다. 94년 6월28일 정상회담 합의는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후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위해 움직이던 와중에서 일어난 것이었다.
북한은 제네바합의를 미국에 의한 생존보장으로 받아들였다. 강석주북측 수석대표가 평양공항에서 김정일의 환영을 받은 것으로 제네바 회담 성공의 중요성이 입증됐다. 그러나 북한은 핵카드로 벼랑끝 외교협상을 벌이는 동안 국제적 고립이 계속되면서 경제 난국의 심화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95년은 대외적 안보문제에서 한숨을 돌린 북한이 경제적 실리추구를 위해 조금씩 태도를 변화시킨 과도기였다. 북한은 6월13일 콸라룸푸르 북·미합의후 한·일 양국의 식량지원을 받았고, 12월15일 경수로공급협정 타결후 다시 식량지원을 요청하는등 핵문제 진전을 대가로 한 원조를 요청하는 과정을 되풀이했다.
▷앞으로 5년경제◁
북한은 새해 하반기 새로운 경제노선을 채택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93년 12월 당중앙위 6기 21차 전원회의에서 경제정책의 실패를 처음 자인한 뒤 사회주의경제 건설의 3년완충기를 설정했다. 이 조정기가 끝나는 것이 올해이다. 이 계획의 목표시한은 2000∼2003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측이 최근 밝힌 바에 따르면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의 1단계 개발계획은 2000년에 완성되며 경수로 2기의 완공기간은 2003년이다.
이 기간을 다시 구분하면 ▲96년 원조도입기 ▲97∼99년 투자도입및 수출경제 추진기 ▲2000년이후 체제변환기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96년 상반기 북한은 대미·대일관계 개선과 함께 원조도입에 총력을 기울일 것같다. 정부 당국자는 『새해에 북한은 돈이 되는 일이면 무엇이든지 하는 실리정책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간에 북한은 미국의 경제제재 추가 완화조치, 연락사무소 설치등으로 대미수출의 길을 트게될 가능성이 크다.이와 함께 대일 수교교섭을 통해 수십억달러 규모의 배상금을 확보할 확률이 높다. 이에 앞서 북한은 이들 국가로부터 식량지원을 받아 숨통을 트게되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로부터 연간 50만톤씩의 중유도 계속 제공받는다.
그러나 이 기간 사회주의체제 고수를 통한 내부단속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하반기에는 이같은 원조 확보실적을 토대로 그동안 지연돼온 권력승계등 정치일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올해 7월8일은 김일성 3년상이 끝나게 된다.연말께 6차 당대회가 개최되면서 북한에 새로운 당총비서와 국가주석이 선출되고, 대대적인 인사개편이 단행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한해동안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응하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게 중론이다. 체제안정기까지 가상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통일원 산하기관인 민족통일연구원의 비공개 보고서는 『북한이 대미·대일관계 진전을 위한 형식적이고 비정기적인 남북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96년 하반기 권력승계를 전후해 특정사안을 논의하기 위한 특사교환을 예측하고 있어 주목된다. 단 올해에도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했다.
97년부터는 새로 등장한 군부와 행정엘리트의 주도하에 경제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개발전략이 추진될 것이다. 이 해에 전쟁상태 종식과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3자, 또는 4자회담이 시작될 전망이지만 난항을 피할 수 없어 타결은 장기화할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본격적인 남북관계의 변화는 우리측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98년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경제가 도약기를 맞게될 가능성도 있으며, 2000년대 이후는 경제발전에 따라 정치체제가 변화할 가능성도 신중하게 점쳐지고 있다.<유승우기자>유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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