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12지의 첫자리 소타고 내려 1등 설화/영민함·번식력함께 “백해무익” 오명도쥐의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식복과 함께 좋은 운명을 타고 났다고들 흔히 말한다. 쥐의 부지런한 속성에서 비롯된 풀이일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쥐의 해에 유난히 출생률이 높아지기도 한다. 96년은 병자년 쥐띠 해. 십이지의 첫 머리를 차지한 쥐는 동서고금을 통해 백해무익한 동물로 천대받으면서도 풍요와 다산, 지혜와 근면을 상징하고 있다. 이 상반된 인식은 쥐가 농작물을 해칠 뿐만 아니라 페스트등 20여 가지의 질병을 옮기는 반면 타고난 영민함과 왕성한 번식력이 인간의 동경을 사기 때문이다.
쥐는 태어난지 30∼50일이면 성숙한다. 1년에 5∼6회 임신이 가능하며 한배에 6∼22마리를 낳는다. 복리계산으로는 1쌍의 쥐가 대략 1년후 1만마리로, 3년후엔 3억5,000마리로 불어난다. 천적의 위협과 식량부족등으로 95%가 수명(평균 5년)을 다하지 못하지만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한다면 쥐세상이 될 것이라는 예측도 쥐의 기하급수적 번식력 때문에 나온 것이다.
쥐가 십이지의 첫 자리를 차지하게 된 설화는 쥐의 영악함을 잘 보여준다. 하느님이 천상의 문을 가리키며 선착순으로 동물의 서열을 정하기로 하자 부지런한 소가 재빨리 뛰었으나 소의 등에 올라탄 쥐가 막판에 뛰어내려 1등을 가로챘다는 것이다. 「쥐구멍에 홍살문을 세우겠다」(합당하지 않은 일을 주책없이 경영함)거나 「쥐밑도 모르면서 은서피값을 친다」(사리에 어두운 사람이 아는 체하며 상관하려 함)등의 속담에도 쥐의 부정적 이미지가 담겨 있다. 또 농사에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음력 정월 첫 자일에 「쥐주둥이 그스르자」고 외치며 콩을 볶아 먹는 쥐볶이, 논둑과 밭둑의 쥐불놓이등 많은 민속놀이가 전해져 내려왔다.
쥐는 천재지변의 감지능력을 지니고 있다. 쥐떼의 이동 후에 지진, 홍수등 천재지변이 있었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이나 「쥐떼가 배에서 내리면 난파한다」등의 속설이 쥐의 예지능력을 말해준다. 인간의 체질과 비슷한 쥐는 에이즈와 암등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생체실험으로 매년 전세계에서 수백만마리가 희생되고 있다. 무속인 심진송씨는 『올해는 국내외에서 정치·경제적으로 큰 변화와 함께 지진 수해 가뭄등이 예상되지만 부지런하고 똑똑한 아이가 많이 태어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쥐의 부지런함과 예지능력은 닮되 약삭빠르고 좀스러운 점은 버리는 한 해가 되도록 하자.<최진환기자>최진환기자>
◎옛사람이 그린 쥐의 모습/천의입고 무덤 수호신으로/다산은 백성수탈 관리 비유도
쥐는 예로부터 벽화, 조각, 그림, 문학작품등의 주요 소재로 다뤄져왔다. 긍·부정의 모습이 혼재돼 있지만 무덤의 호석에는 주로 신성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얼굴은 동물, 몸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인 십이지신상에서 자상은 정북과 밤 11시부터 새벽 1시 사이를 상징하는 방향신이자 시간신. 진덕왕릉의 십이지신상중 자상은 단아한 의례용 갑옷과 부드러운 천의를 입고 있으며 흥덕왕릉의 십이지신상 중에서는 자상만이 유일하게 천의를 입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다룬 그림이 많이 나타난다. 율곡 이이(율곡)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밭에서 수박을 갉아 먹는 쥐의 모습을 그린 「수박과 생쥐」는 서정 넘치는 표현과 색감이 돋보이는 걸작이다. 겸재 정선(겸재 정선)의 「서투서과」와 현재 심사정(현재)의 「초충도첩)」에도 수박과 당근을 갉아 먹는 쥐가 등장한다. 다산 정약용(다산)은 「이노행」이라는 시에서 들쥐를 백성을 수탈하는 지방관리, 집쥐를 국고를 탕진하는 간신배로 비유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진기학예연구사는 『한국문화에서 쥐는 재물 다산 도둑등 다양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며 『부정과 긍정의 이분법적 개념으로 규정지을 수 없고 상황과 시대에 따라 상징성이 달라져 왔다』고 말한다.<박천호기자>박천호기자>
◎과거 쥐의 해엔 이런 일이…
▲BC 57년=신라 건국, 박혁거세 즉위
▲904년=궁예, 국호를 마진이라 하고 철원에 도읍을 정함
▲964년=고려, 과거제 실시
▲1504년=갑자사화, 한글사용 금지
▲1636년=병자호란 발생
▲1744년=승정원 화재로 역대 승정원일기 소실
▲1864년=동학교주 최제우 사형. 김정호 대동여지도 완성
▲1876년=병자수호조약 체결로 개항시작. 경복궁 화재로 830여칸 소실
▲1900년=우편국 최초의 외국우편물로 미에 외교문서 발송
▲1924년=이동녕 상하이(상해)임정 국무총리 취임. 레닌 사망
▲1936년=신채호 여순서 옥사. 안익태 애국가 작곡
▲1948년=제주 4·3항쟁 발생. 초대대통령 이승만 당선. 대한민국정부 수립. 마하트마 간디 피살
▲1960년=4·19. 제2공화국 대통령에 윤보선 취임
▲1972년=7·4 남북공동성명 발표. 10월유신. 중·일 수교. 미 워터게이트 사건 발생
▲1984년=전국 집중폭우로 190명 사망. 영·중, 홍콩반환협정 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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