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에 새인물” 21세기대비/정치권과 맞물려 큰 흐름 확산재계가 세대교체라는 우리 사회의 큰 흐름을 선도하고 나섰다. 개발독재의 파트너로서 재계를 이끌어온 창업1세대와 원로경영인들이 경영2선으로 속속 퇴진하고 있는 것이다. 세대교체의 주요 타깃이 개발독재시절 정경유착을 주도한 재계지도자들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정치권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세대교체바람과 맞물려 사회 전체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LG 쌍용그룹을 필두로 올해초부터 시작된 재계의 세대교체바람은 노태우씨 비자금사건이후 급피치를 이루고 있다. 현대 대우 코오롱 한라등 주요 그룹들마다 창업세대가 퇴진하거나 최고경영진을 대폭 교체키로했다. 이같은 물갈이 현상은 재계 전체로 퍼지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이미 총선 불출마의사를 분명히 한 것처럼 정치·사회분야의 대세로 확산되고 있다.
재계 세대교체의 상징은 현대그룹의 경영체제개편이다. 50년대와 60년대를 지나 최근까지 한국 경제발전의 상징처럼 인식되고 있는 현대그룹은 정주영 창업주와 기업성장을 함께 했던 전문경영인들이 대부분 2선으로 물러 났다. 구자경 LG그룹명예회장의 2선퇴진과 함께 전자 화학분야등에서 창업 초창기부터 활동했던 LG그룹의 경영진들도 대거 물러났다.
재계의 세대교체는 ▲21세기에 대한 준비 ▲재계차원의 과거청산 ▲변혁의 대세반영등에 의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급격히 부상하는 21세기의 주역, 신세대로 하여금 어두운 과거에 대한 청산작업은 물론 다가올 21세기를 준비토록 하며 「돈 안받는 정치권」과 호흡을 같이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은 돈을 먹고 재계는 정치권에 기대는」 정경유착 관행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개발연대의 정치권이 퇴조하는 분위기에서 그 파트너였던 경영인들의 설땅이 그만큼 없어져 가고 있다는 반증이다. 재계 물갈이는 이런 점에서 정경유착세대의 퇴진을 의미한다.
이동찬 코오롱그룹회장은 최근 이웅렬 부회장에게 경영대권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하는 자리에서 『본인은 혁명세대이자 컴맹세대』라며 『새시대에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룹총수들의 경쟁적인 2선후퇴는 시기적으로 노태우씨의 비자금파문직후부터 본격화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시점의 퇴진이 정치권과의 관계를 가장 부드럽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치권의 세대교체 분위기를 재계가 앞서 실천함으로써 모양좋게 경영권을 넘기고 정치·사회적인 큰 흐름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판단이다. 각 그룹의 세대교체 결정이 일시에 이루어지고 있으며 일부 그룹은 그룹 핵심권조차 깜짝 놀랄정도로 전격적으로 결정된다는 사실로 미루어 재계에 대한 정치권의 직·간접적인 주문설도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다.
재계 세대교체의 또다른 특징은 원로전문경영인의 동반퇴진이다. 현대의 이춘림 종합상사회장, 삼성의 경주현 종합화학회장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문경영인들이 약속이나 한듯 경영일선을 떠나고 있다.
재계의 이같은 세대교체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미 공식화한 대우와 코오롱 한보는 물론 한라 한진 롯데등의 경영권변화가 곧 가시화하고 전문경영인그룹인 기아까지 이같은 대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찍이 경영권승계가 이루어진 삼성등 대부분 그룹은 물론 일부 중소기업들까지 기조실개편이나 젊은 경영층의 전면부상등 어떤 형태로든 변화에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종재 기자>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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